[시사모] 구수영 시인 ‘소나무야 소나무야’

  • 입력 2021.01.25 13:54
  • 기자명 /정리 한송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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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야 소나무야’ 


홍천 수타사 가는 길목 키가 큰 소나무 모여 사는 
숲을 만났지 밑둥에 서슬 퍼런 칼자국 
흉칙하게 아직 새겨있는, 
일제강점기 말 전쟁 자원이 
부족했던 일본이 송탄유를 만들기 위해 
송진을 빼내간 흔적이라네 
빼앗긴 땅 위에서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모국어를 삼키며 
뺏기고 또 빼앗기기만 했네 이후로도 오래오래 
남아 있을 수탈의 칼자국 잊지 말자고 
절대 잊으면 안 된다고 울혈이 끓는 문신 
소나무야 소나무야 
오뉴월 서릿발 같은 내상을 입은 소나무야 
상처에 씨앗을 묻고 살림을 키워 온 명아주 꽃 같은 
사람들아 

 

 ◆시작노트
 지난 가을 홍천 공작산 수타사 입구에서 만난 소나무 숲 밑둥에 깊은 생채기를 안고 살고 있는 소나무를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일제강점기의 엄연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어른들이 우리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데 먼 옛날이야기가 아닌데 자주 잊고 살았구나. 
 아픈 역사에 매여 살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잊지는 말아야 한다.
 다시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빼앗기거나 점령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수영 시인 약력
 2019년 계간 ‘시와편견’에 신달자 시인 추천으로 등단
 시집 ‘나무는 하느님이다’ 등
 시사모, 한국디카시인모임 동인
 시편작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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