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수상작] 마음으로 나누는 행복과 감사

  • 입력 2021.02.01 12:14
  • 수정 2021.02.01 12:15
  • 기자명 /정리 한송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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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연합일보 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수상작 : Tomorrow 독후감 고등부 우수상

 

 만나서 마음을 표현하고, 살을 맞댈 수 없는 지금, 우리는 어떤 행복을 느끼고 어떤 사람에게 감사를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까? 문득 들게 된 생각이다.

▲ 노현민 마산삼진고등학교
▲ 노현민 마산삼진고등학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Tomorrow 독후감 공모전을 위해 투머로우 12월 호를 읽게 되면서부터이다.

 많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새로운 것들을 느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안동 과수원의 행복한 부부, 반정현, 안순영 부부의 이야기다.

 산 타기를 좋아하고 즐겼던 두 분은 지리산에서 처음 만나 반정현 씨가 내민 커피 한 잔을 시작으로 좋은 인연으로 발전했다. 산을 좋아하던 두 분의 최고 데이트 장소는 산이었고 늘 이 산 저 산을 다니며 함께했다. 그렇게 두 분은 늠름한 신랑과 아름다운 신부로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아들도 낳으며 멋진 생활을 원했지만, 늘 순탄치만은 않았다. 과일 도매에서 생긴 빚으로 다툼이 빚어지기도 했었다. 두 사람은 서로가 지칠 때면 산으로 향했고, 새로운 마음으로 안동으로 이사해 꿈에 그리던 사과 과수원을 구매해 사과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늘 서로를 도우며 바삐 살아가던 날들, 갑자기 남편이 쓰러졌다. 태풍 피해를 조사하러 경운기를 몰고 나간 반정현 씨가 옆에는 경운기가 엎어진 채로 쓰러져 있던 것이었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어 검사를 받았는데, 신경이 눌려 전신 마비가 됐고, 이를 회복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판정을 받은 것이었다. 아내인 안순영 씨는 마음이 착잡해졌다. 남편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사과 농사는 어떻게 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5개월 후, 남편은 퇴원해 집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움직일 수 없었다. 물도 한 모금 혼자 마시지 못하는 현실에서, 아내는 남편의 보살핌과 동시에 사과 농사까지 도맡아 해야만 했다. 함께 하던 일들을 혼자 해내야만 하는 일상은 쉽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 때에는 주변 이웃들의 도움을 받으며 헤쳐나갔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짙은 어둠이 드리운 부부의 인생에, 자그마한 빛이 찾아왔다. 사고 후 처음 맞는 봄, 안순영 씨는 마당에 많이 떨어진 꽃잎을 보며 투덜거렸는데 알고 보니 그 꽃잎들은 남편이 쓸었던 것들이었다.

 삶이 힘들 때마다, 교회를 찾아가는 아내의 모습을 싫어하는 남편과 말다툼을 하면서까지 교회에 다닌 아내는, 목사님에게 남편에게서 도움을 받으라는 얘기를 들었고, 처음에는 그런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홀로 집안일과 사과 농사를 하면서 문득 남편이 가족을 위해 어떻게 살았고,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느끼며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가장으로서, 한 사람의 남편으로서,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며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 일인지를 새삼 느끼게 됐다. 

 삶에서 소중한 고마움을 찾아가는 시기에도 불구하고 장난처럼 남편 정현 씨의 몸 상태는 나빠졌다. 입원 중에 생겼던 욕창이 심해지면서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도 몇 번 경험했다. 남편은 이렇게 죽는구나, 이게 인생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일생의 허무함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는 근처에 특별 모임에 참가하는 목사님을 모셔와 남편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목사님은 정현 씨를 만나 기도를 했고, 정현 씨는 그런 기도의 과정에서 자신을 위해 힘써주는 아내를 생각하며 삶의 희망을 찾기 시작했다. 그동안 밥맛이 없다며 밥을 잘 안 먹던 남편의 모습도, 조금씩 먹기 시작하면서 변화했다.

 몇 개월이 지나면서 약을 받아 상처도 낫고, 몸에 힘이 생기면서 상체와 팔이 조금씩 움직였다. 이때부터 전동휠체어도 탈 수 있게 되었다. 정현 씨는 자신이 휠체어를 타면서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며, 바깥 공기를 쐬며 숨을 쉴 수 있다는 이런 사실들이 꿈만 같이 느껴졌다. 많은 사람과 통화를 주고받으며 호쾌하게 웃고, 장난도 치는 등 이런 삶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 이후, 두 사람의 일상은 여전히 바빴지만, 행복함이 한 점 추가됐다. 아내는 아침 일찍 사과밭으로 나가 일을 시작하고, 남편은 인터넷으로 전날 들어온 사과 주문을 확인하며 배송 장소 등을 정리한다. 날씨는 어떤지, 어떤 비료를 주어야 하는지 확인하고, 사과를 어떤 플랫폼으로 홍보하고 판매하는지 공부한다.

 아내 안순영 씨는 자신보다 남편이 사과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기에 그런 업무들을 잘 수행한다고 말하며, 몸은 고되고 힘들지만, 많은 사람에게 감사를 느끼며 살아간다.

 나는 이 부부의 이야기가 정말 와닿는 것이 많았다. 인생에서 시련이 찾아왔음에도, 삶의 희망을 느끼고 서로를 위해 의지하고 노력하며, 자신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느끼며 행복함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가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많은 감사를 경험한다. 그러나 그런 감사들을 쉽게 표현하고 말하지 못할 때가 많다. 더군다나 요즈음은 코로나로 인해서 서로의 마음을 만나서 이야기할 수도 없고, 살을 맞대며 공감할 수도 없기에 감사라는 것이 더더욱 소중해졌다.

 누군가에게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남에게 감사를 전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남에게 감사할 수 있다면, 나도 누군가가 감사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

 작지만 소중한 가치를 지닌 감사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느낀다. 사소한 일조차도 감사를 느낀다면, 그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이토록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을 위해 조금이라도 힘써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것,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남편 반정현 씨의 말도 너무 기억에 남는다. “중요한 건 ‘누구와 함께있느냐’라고 생각해요. 제게 천사 같은 아내가 있고, 저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큰 행운이에요”.

 그 말대로, 누구와 함께 있을 수 있고, 누군가를 나를 생각해주고, 나를 위해 힘써줄 수 있다는 것, 이런 사실들을 말 그대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혼자서는 이겨낼 수 없는 것이 많다. 그럴 때마다 ‘함께’ 이겨낼 수 있다면, 함께 마음을 나누고 감사를 전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행복한 삶을 느낄 수 있다.

 나도 늘 일상에서 감사함을 느낀다. 날 사랑해주시는 부모님이 계신다는 것, 소중한 가족이 있다는 것, 함께 웃으며 이야기하고 놀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 늘 나를 위해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려 노력하시는 선생님이 계신다는 것, 이런 작은 사실들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내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코로나로 만나서 마음을 전할 수 없는 지금, 작은 문자 한 통이라도, 전화 한 통이라도 나를 사랑해주고, 내가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 “고마워” 이런 한 마디를 전하는 것이 어떨까? 쉬우면서도 어려운 한 마디들이다.

 쉽게 내 마음을 확실히 전달할 수 있기에 쉬우면서도, 평소 감사라는 감정을 표출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단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소중하고 가치 있는 말인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이런 감사를 전하는 말 한마디는 누군가에게는 크나큰 힘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감사, 이 존재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서로를 끈끈하게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되는 존재다. 감사할 수 있기에 행복하고, 행복하기에 감사를 전할 수 있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 본란은 ‘경남연합일보 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공모전(2020년 12월 14~31일 진행) 수상작을 싣는 공간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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