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수상작] 나에게 ‘사랑‘이란 자양분을 주시는 아빠

  • 입력 2021.02.03 16:04
  • 기자명 /정리 한송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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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연합일보 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수상작 : Tomorrow 독후감 고등부 장려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쉬움 가득 2020년을 보냈다고 말하지만 나는 어느 해 보다 감사함 가득 2020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부족하지만 진심 어린 나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또한 2020년이 아쉬움으로만 남았던 해가 아님을 발견하는 계기가

▲ 정해선 링컨하우스마산스쿨
▲ 정해선 링컨하우스마산스쿨

되길 바란다.

 나는 어릴 때 부모님의 잦은 싸움, 아빠의 고함에 방안에서 귀를 막고 이불 안에서 잠을 못 이룬 적이 많았다.

 거의 모든 싸움의 근원은 가정 형편의 문제였다. 아버지는 한 곳에서 일을 오래 하시지 못하셨다. 직장 내 사람들과의 문제나 아니면 여러 가지 복잡한 일들에 대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아버지는 일을 그만두셨다. 그로 인해 넉넉하지 못한 생활비로 엄마 아빠는 자주 부딪히셨다.

 평소에는 정말 딸밖에 모르는 아빠. 그러나 엄마와 싸우시며 고함치시는 아빠 이런 두 얼굴의 아빠를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만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어느 가장이든 다 겪는 일인데 왜 우리 아빠는 쉽게 그만두시는 걸까? 집에서 기다리는 엄마와 자식들을 생각 안 하시는 건가? ‘결국, 아빠는 우리를 사랑하시지 않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내 마음속에 집을 짓기 시작했고 그 집에서 나는 서서히 문을 굳게 닫기 시작했다.

 아빠는 안정된 일을 가지기 위해 환경미화원 시험을 준비하시게 됐다. 현장 일을 다니시며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시험 준비를 하셨다. 시험은 쉽지 않았고 그렇게 아빠의 도전은 7번째의 낙방과 8번째의 도전으로 이어졌다. 8번째 도전에는 내 고등학교 진학 문제가 달려있던 2018년, 마지막을 외치시며 준비하셨다.

 온 가족이 절실하고 아버지는 누구보다 간절하게 악착같이 준비하셨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아버지가 지금까지 실패하시고 나면 한 달 정도 아무 일도 하지 못하시고 회복이 되면 일을 찾아다니셨다.

 이번에는 이때까지 그렇게 해서 버린 시간이 많기에 빨리 털어 버리기로 다짐하셨지만, 낙담이 안되는 게 더 이상했다. 아버지의 큰 낙심으로 우리 집은 맥 없이 휘청거렸다.

 그러는 어느 날 저녁 내 고등학교 문제로 엄마와 오빠가 이야기하는데 소리가 좀 커졌다. 그걸 들은 아빠는 큰 스트레스로 고함을 지르시며 방 안에서 나오셨다. 엄마와 아빠는 크게 싸우셨고 그 상황을 듣고 있던 오빠와 나는 한 없이 눈물만 흘렸다. 아빠는 모든 걸 포기하실 것만 같은 표정과 목소리로 이혼을 언급하셨다. 나는 그때 정말 모든 게 끝나는 줄로만 알았다.

 끔찍했던 그 날 밤. 간신히 회복하신 아버지는 신문을 보시며 직장을 구하시기 시작했다. 내 고등학교 입학 문제는 그냥 집 주위에 있는 곳으로 가는 것으로 기울었다.

 지난 2018년 12월 어김없이 신문을 들여다보시며 직장을 구하시는 아빠의 통화 소리가 들렸고 아빠는 어딘가로 나가셨다. 그 후로도 계속해서 전화를 주고받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나에게 내가 원하는 고등학교에 갈 수 있게 됐다고 말씀하셨다. 아빠가 직장을 구하셨다는 것이다. 내 두 귀를 의심했다. 장난이 아닌 걸 알지만 떨떠름했다. 그렇게 나는 정말 오고 싶었던 기숙사형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됐다.

 아버지는 입사 후 새로운 일이다 보니 서툴고 사람과의 문제로 힘들어하셨지만 가족들의 응원과 기도로 아빠는 1년을 잘 마무리 하셨다. 나도 올 수 없었던 이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1년 동안 많은 경험을 했다.

 그렇게 맞이한 2020년 답답한 마스크는 우리의 일상이 되기 시작했고 사람과의 만남 또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나도 기숙사에서 집으로 와서 Zoom으로 수업을 하게 됐다. 계속해서 급증하는 코로나 확진자 수는 우리를 집 앞 마트 가는 것조차 두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시대 집안의 많은 가장은 마치 군사들이 전쟁에 나가기 전 갑옷을 입듯 마스크를 장착해 오늘도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와 싸우신다. 가장의 역할은 코로나에도 예외는 없다. 그 무더웠던 여름 마스크를 끼고 일하신 아버지는 마스크 모양을 제외하고 얼굴이 다 그을리셨다. 아버지가 출근하실 때면 현관을 나서려다 뒤를 돌아 배웅하고 있는 우리를 아무 말 없이 한번 쓱 쳐다보신다.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한없는 아버지의 희생에 감사할 뿐이다.

 5월호 편집자의 글 중 “봄날의 꽃들은 제각각이다. 예쁘장한 꽃, 향기 좋은 꽃, 드러나지 않는 작은 꽃.. 이 들은 생김새가 달라도 열매 맺는 데 필요한 양분은 뿌리에서 공급받는다. 대부분의 아버지도 겉모습과 역할, 능력은 다르지만, 꽃과 같은 자식에게 ‘사랑’이라는 자양분을 주려는 마음은 동일하다”를 읽는데 내가 전에 지었던 생각의 집에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 속에 문을 닫고 갇혀 있던 내가 너무 어리석었구나 싶었다.

 왜냐하면 그때의 아버지는 능력은 없었을지라도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주시려는 사랑의 자양분은 그 어느 가장 보다 넘치셨다. 이런 아버지의 마음을 겉으로 드러나는 아버지의 능력과 비례시켰던 나. 한없이 나 스스로가 한심하고 아버지께 죄송할 뿐이다.

 그러나 이런 딸의 못남은 아무 상관도 없이 오늘도 당신의 사랑의 자양분의 힘으로 이제는 한 몸인 마스크를 끼고 코로나와의 싸움 진행 형 속에 있는 아빠.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우리 가족이 행복할 수 있음에 감사를 감히 어떻게 다 설명할 수 있을까? 

 나의 아버지가 아빠여서 너무 감사하고 덕분에 너무 행복에 벅찬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고 아빠의 자양분과는 비교도 안 되겠지만 그만큼이나 나도 사랑한다고 아빠에게 전한다.

 

 

※ 본란은 ‘경남연합일보 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공모전(2020년 12월 14~31일 진행) 수상작을 싣는 공간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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