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수상작] 새옹지마(塞翁之馬)

  • 입력 2021.02.07 14:32
  • 수정 2021.02.09 10:15
  • 기자명 /정리 한송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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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연합일보 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수상작 : 체험수기 대학부 대상

 

 *‘새옹지마(塞翁之馬)’: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복이 화가 되기도 하고, 화가 복이 되기도 한다는 말.

▲ 최성은 창원대학교
▲ 최성은 창원대학교

 한숨만 나왔다. 내가 사는 이 세상이 마치 감옥이라 생각했기에. 어딜 가나 통제가 있었고 눈치를 봐야만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으면 마음이 적적함으로 가득 차 바깥이 그립고 사람이 그리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한 숨을 내쉬는 것뿐. 친구를 만나며 거리를 걷고 카페를 가는 등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은 더 이상 당연할 수 없었다.

 비대면인 일상이 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고민이 깊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는 할 수 있을까?’, ‘자격증 시험은 칠 수 있을까?’, ‘직장은 잡을 수 있을까?‘, ’꿈은 이뤄질까?‘. 나는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졌다. 무기력했다.

 시간이 갈수록 코로나 사태는 악화되면서 이대로 세상은 활기가 없이 잿빛으로 가득한 채 끝날 거 같았다.

 누가 그랬던가. 어둠으로 뒤덮여 아무리 깜깜한 방이어도 작은 촛불 하나가 그 방을 환하게 한다고. 

 암흑으로 가득할 것만 같았던 내 인생에 작은 촛불이 켜졌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대부분의 일상은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휴대폰, 컴퓨터, TV 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영상이란 매체는 필요를 넘어 필수가 돼버렸다.

 그 때부터였다. 오랜만에 연락하는 지인부터 아예 모르는 분까지 내게 전화가 왔다.

 그 이유는 ‘영상 제작’.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유일하게 꾸준히 해왔던 것이 바로 영상 제작이었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을 때하고 하기 싫을 땐 하지 않는 그저 ‘취미’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취미 정도로 여겨왔던 것이 쉴 틈을 내어주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또 즐겁게 만들어주고 있다. 

 코로나도 버거운데 온라인 시대가 도래하니 아무래도 혼돈의 카오스 속에 헤메는 분들이 많았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눈에 뚜렷하게 보이는 대안이 영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주변 지인을 둘러보다 그나마 평소에 잘 아는 내게 연락을 해 온 것이다.

 ‘성은아, 이번에 게임 영상을 제작해야 하는데 도와줄 수 있겠니?’ ‘성은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고 계획 중인데 잠시 와줄 수 있나?’ 하루에도 몇 번씩 ‘성은아’,‘영상’이 포함된 요청을 받았다.

 나는 내가 알았다. 절대 내가 프로 영상러가 아니라는 것을, 그 상태를 늘 말하며 제작에 부담을 느낀다며 정중히 거절을 내놓기도 했지만 부탁하는 분들은 간절함은 수화기 너머 느낄 수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영상을 하나 둘 제작하기 시작했다. 단순 브이로그부터 뮤직비디오, 토크쇼, 아카데미, 역사물, 다큐멘터리, 드라마까지 모든 장르를 망라해 뽑아냈다.

 이후로 지인들의 지인들이 문의를 하기도 하고 도와드리기도 했다. 

 바쁘게 영상을 만들다 난 하나의 쾌거를 이뤘다. 내년이 되면 대학교 졸업을 하는 나는 졸업작품을제출해야 했다.

 사실 올 해 4학년이 되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졸업작품이었다. 최고학년이 제작한 영상은 연륜이 묻어나오면서 흠 잡을 데 없는 완성된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당시 난 어디가서 영상 제작을 한다는 말을 자신있게 못하는 나를 아니깐. 하지만 제출할 시기가 가까워 오는데 처음과 달리 내 마음에 전혀 부담이 되지 않았다.

 코로나 기간 동안의 경험 그 자체만으로 ‘단기간의 여러 영상 만들었는데, 시간도 충분히 있으니까 영상 하나 더 만들어보자’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영상을 만들 생각을 하니 즐겁기까지 했다.

 코로나로 인해 어둠의 그늘 속에서만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변해져 있었다.

 흥분된 마음으로 기획안과 콘티를 작성했다. 장르는 그간 자주 해왔던 ‘뮤직비디오’. 이번엔 아카펠라를 계획해 함께 할 인원들을 모으고 연습에 돌입했다.

 곡을 완성시키고 이후 촬영을 시작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답답한 마음을 호탕한 웃음으로 승화하는 그들을 보며 나도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다. 편집을 하는 내내 노래를 흥얼거리며 코로나가 언제 있었냐는 듯 즐겁게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대망의 졸업작품 시사회. 떨리는 마음으로 참석한 나는 내 순서를 기다리며 진정하는 마음으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내 순서는 마지막이었다. 긴장과 함께 영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긴장도 잠시. 화면 속에 각기 다른 소리를 서로 조율해가며 화음을 만들어 아카펠라를 하는 모습들은 나마저 즐겁게 보게 했다.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주변 반응을 살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걸 깜빡하고 심취해 보고 있던 것이었다.

 아카펠라가 끝이 나고 시사회 내내 단 한 번도 들리지 않았던 박수 소리가 들렸다.

 그 전엔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영상을 본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동안 타 영상에 대해서는 반응할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처음으로 스크린 속에서 여러 사람이 서로의 소리를 듣고 쌓아서 흥겨운 노래를 부르니 참석했던 학생들의 마음에 여유를 줬던 것이다. 아마 영상의 질보다는 영상 자체에서 밝은 에너지가 발산이 된 것 같았다.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교수님은 “수고했어”라는 한 마디를 해주셨고 나는 자리에 돌아가 앉는 동안 한 생각이 들어졌다. ‘여기 있는 학생들보다 내가 영상을 잘 만들었던가?’. 그건 아니었다. 수많은 공모전과 교내 방송국에 경험을 쌓았던 학생들 앞에서 내가 내세울 만한 건 없었다.

 다만 나는 영상 제작을 하며 생각 이상으로 많은 분들의 마음속에 작은 촛불 하나가 켜져 있는 것을 목격했을 뿐이다.

 앞이 깜깜해 막막할 수 있는 코로나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영상을 통해 우리 사회 속에 많이 있다는 걸 발견했던 것이다. 그리고는 그저 그들의 마음을 실어 영상으로 표현하여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준 것일 뿐이다.

 정말 그렇다. 절망 속에서 절망을 말하는 사람이 있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코로나는 ‘화(禍)’라는 생각이 분명했었다.

 그래서 그 생각에 머물러 있는 동안 무슨 일을 해도 무기력했고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새옹지마의 뜻처럼 이 일이 화가 될지 복(福)이 될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상처가 아물고 더 강한 새 살이 돋아나는 것처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비대면이 일상화된 현실 속 영상의 필요성과 가치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지만 분주하게 영상을 제작하며 촬영과 편집하는 능력 또한 성장했음을 느낀다.

 뉴스, 드라마, 영화 등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영상은 보는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그래서 영상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두려움과 절망을 줄 수도 있지만 희망과 꿈을 줄 수도 있다.

 코로나는 여전히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곳곳에 변이가 발생해 그 심각성은 하루가 멀다하고 가중되고 있다. 어쩌면 앞으로 더 많은 어려움이 닥쳐와 우리를 지치게 할지도 모른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부족하지만 지치고 상처입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심어줄 수 있는 영상제작자가 되고 싶다. 그 씨앗이 희망으로 가득한 숲으로 만들어질 걸 생각하면서. 그래서일까.

 오늘도 나는 영상 편집을 위해 흥겨운 마음으로 모니터 아니 행복 앞에 앉는다. 행복과 마주할 때, 나는 또 한 번 성장하며 또 다른 행복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하루도 가득 메울 것을 알기에.

 

※ 본란은 ‘경남연합일보 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공모전(2020년 12월 14~31일 진행) 수상작을 싣는 공간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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