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수상작] 판도라 상자에 남은 사랑

  • 입력 2021.02.09 16:10
  • 수정 2021.02.09 16:18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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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연합일보 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수상작 : 체험수기 대학부 우수상

 

 다들 판도라 상자 이야기는 한 번씩 들어 보았을 것이다.

▲ 경남대학교 홍예은.
▲ 경남대학교 홍예은.

 신이 판도라라는 여인에게 상자를 선물로 주며 “상자를 열지 말라” 경고하였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상자를 열었다가 온갖 질병과 불행들이 상자에서 나왔다는 이야기 말이다.

 아마 우리는 우리 손에 쥔 코로나라는 상자를 열었던 거일지도 모르겠다. 갑작스레 나의 일상으로 침범한 코로나는 나의 동의도 없이 많은 것들을 나에게 안겨주었다. 코로나 때문에 어려워진 취업 전쟁도, 친구와 만날 수 없는 시간도, 외출 시에는 항상 착용해야 하는 불편한 마스크도 그중 하나였으며, 그 어느 것도 내가 동의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렇게 강제로 집에 있게 된 어느 날, 아버지가 저녁 먹을 시간이 돼서 일을 마치고 퇴근하셨다. 다른 날보다 유난히 힘없게 걸어 들어오셔서 식탁에 앉으셨다.

 그러고는 굉장히 멋쩍은 듯 웃으며 말씀하셨다. “한 달간 휴가가 없을 것 같다”.

 이유를 묻는 엄마와 나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이유를 이야기하셨지만, 내가 본 아버지의 표정은 아무렇지 않아 보이고 싶어 하는 표정이었다. 아버지가 말한 이유는 직장에서 실수한 것이 걸려 시말서 작성과 한 달간 휴가를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12월 휴가를 반납해야 하는 아버지는 크리스마스에 시간을 보내기로 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어서 그런지 굉장히 미안해 보이기도 했고, 가장으로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부끄러워 보이기도 했다. 그러곤 피곤하다고 방으로 들어가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모든 것을 짊어진 듯 참 무거워 보였다.

 그러나 그런 아버지 등을 보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 짐을 덜어줄 수도 사라지게 할 수도 없었다. 아버지는 이후 생각이 많아지셨고 웃는 얼굴을 잘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새벽 5시에 어두운 거실을 지나 현관으로 몸을 끌고 일하러 가셨다.

 학교 과제 때문에 늦게까지 자지 않았던 그 날, 나는 처음 아버지가 출근하는 소리를 들으며, 만감이 교차됐다. 처음으로 든 생각은 우리를 위해 이렇게 고생하는 아버지가 대단했고, 감사하며, 우리 때문에 고생하시는 아버지에게 죄송했다.

 그리고 그 너머 느껴지는 우릴 향한 아버지의 크신 사랑이 벅차올라 내 마음을 적셨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나는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많았을 것이며, 가족과 있는 시간보다 친구와 노는 시간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가 만들어준 시간에 밖보다 집에 많이 있게 되고, 친구보다 가족과 많이 이야기하게 되며, 이렇게 아버지의 알지 못했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항상 이러한 문제가 터졌을 때, 가장이기 때문에, 아버지이기 때문에, 혼자 고민했을 아버지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걸 여태껏 몰랐던 나에게 코로나가 내가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아버지를 조금 덜 힘들게 해주고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나에게 있는 건 코로나가 안겨준 시간밖에 없었고 나는 그 시간을 쓰기로 했다.

 그다지 큰 것은 없었지만, 아버지가 돌아왔을 때 수고했다고 손뼉 쳐주고 같이 앉게 된 식사자리에서 이야기 좀 더 들어 드리고, 애교 한 번 더 부리며, 출근하러 가실 때 밝은 얼굴로 한번 안아 드리는 거 그게 전부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버지인지 그 작은 것들 하나에 이제껏 고민을 잊고 행복해하셨다. 출근할 때 은근히 나를 기다리시기도 하며, 밥 먹을 때 우리에게 해줄 재미있는 이야기를 외워오시기도 하셨다.

 그런 모습을 보니 아버지의 마음이 정확하게 느껴졌다. “아…. 정말 아버지 마음에는 우리를 사랑하는 마음밖에 없구나. 어떠한 힘든 일도 우리를 위해서라면 털고 일어나며, 해바라기처럼 그 사랑을 항상 우리에게 향해계시는구나!”.

 이때까지 느끼지 못했던 아버지의 깊은 사랑이 느껴지니, 그 마음을 여태껏 알아주지 못했던 내가 너무 한심스러웠다.

 아버지가 식탁 앞에서 이야기하셨다. “코로나 때문에 다른 건 다 안 좋아도 우리 가족과 다 같이 식사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그래 아버지는 그런 분이다.

 앞에 말했던 판도라 상자 이야기의 뒷부분이 더 있다. 판도라가 열었던 상자에서 온갖 불행과 질병이 나올 때 판도라는 너무 놀라 뚜껑을 닫았고 그 안에는 희망만 남았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어떠한 어려움을 만나도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어려움이 있었기에 사람들이 희망을 더욱 소중히 생각하는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열었던 코로나라는 상자에서는 많은 어려움과 불편함이 나왔지만, 그 안에 아버지의 사랑만 남았나 보다.

 그 아버지의 사랑하나 품고 있기에 앞서 나온 취업 전쟁도, 그 외의 어떤 어려움도 걱정되지 않는다. 나에게는 아버지의 든든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준 많은 어려움 덕분에 더 큰 아버지의 사랑에 연결돼 참 감사하다.

 

※ 본란은 ‘경남연합일보 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공모전(2020년 12월 14~31일 진행) 수상작을 싣는 공간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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