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수상작] 한 집단의 리더로 코로나19 대처하기

  • 입력 2021.02.15 13:52
  • 수정 2021.02.15 13:59
  • 기자명 /정리 한송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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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연합일보 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수상작 : 체험수기 대학부 장려상

 

 

 설을 보내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마디 툭 던졌다. “우한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생겼는데 우리나라에 유입되면 어쩌지?”.

▲ 박예빈 경남대학교
▲ 박예빈 경남대학교

 나는 작은 걱정도 키워서 하는 성격 탓에 이런 이슈를 쉽게 넘기지 못했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는 나와 달리 가족들은 의연하게 반응했다. 당시에 설날 용돈, 생활비 등은 신종 바이러스를 충분히 덮는 이슈였다.

 그러나 첫 환자를 시작으로 하나둘 늘어나는 환자 수가 점점 우릴 공포로 몰아넣었다.

 커지는 두려움은 원망과 분노를 표출할 대상을 찾았다. 이런 감정은 쌓이고 쌓여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았던 신천지 교인들, 전광훈 목사 등에게 표출됐다. 2020년이 코로나19에 뒤덮일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2020년에 새로운 시작에 들뜬 나 역시 그랬다.

 2020년 3월, 나는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으로 인사발령이 났다. 생애 처음 맡는 높은 지위였다.

 3년 동안 학보사를 꾸준히 다닌 성실성을 인정받은 느낌이 들었다.

 1월부터 2월까지 선배에게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새 학기 준비에 힘썼다. 수습기자 모집, 정기자 교육 준비, 학보 발간 일정을 다 세웠다.

 그러나 개강이 코로나19로 인해 2주 미뤄졌다. 동기들은 미뤄진 기간 동안 본가에서 휴식을 취했다. 나는 이미 정해진 계획을 수정하고 코로나19 대책도 새롭게 세워야 했다.

 첫 단추부터 꼬인 느낌이 들었다. ‘2주를 터닝 포인트로 만들어야지!’라고 속으로 한참을 되새겼다. 우울한 시작이 안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신종 바이러스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우리나라는 치사율, 전염력 등을 파악하면서 방역에 힘썼다. 초기에는 중국 입국자에 주력하고 국내에 전염병이 유입된 후에는 지역감염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그러나 대구 신천지 종교 모임으로 지역감염 단계까지 이르렀다.

 타지역에서 학생들이 모이는 대학교 특성상 개강을 반드시 미뤄야 했다. 평범한 학생 입장에서 보면 학교에 가지 않아 내 시간이 많아지는 이점이 생겼다.

 그러나 올해 취임한 학보사 국장 입장에선 허탈했다. 아무도 오지 않는 학교에서 쓸쓸히 첫 학보를 발간하던 3월이 기억난다.

 벚꽃이 흩날리는 교정을 걷는 학우들 사진을 보도로 넣고 싶었다. 해맑은 신입생들의 입학 소감을 들어보고 싶었다. 교정을 떠나는 졸업생들의 심정도 궁금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2020년 3월, 학보에 기록된 이야기는 코로나19로 조용한 교정뿐이었다. 서글픈 마음이 문득 들었다.

 1년간 발간되는 16개의 학보는 학교와 학우들을 위해 학생기자가 지켜야 할 약속이다.

 어려움이 생겼을 때는 학교와 학우들을 위해 학생기자가 더 나서야 한다. 학생기자 리더에 선 내가 무책임하게 코로나19 이전만 기다리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우린 발 빠르게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대학가 이슈를 취재했다. 3월, 개강하고 학우들로 가득 찬 교정 대신에 의료진들을 위해 재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소식을 알렸다. 어려운 시국에 기부한 우리 대학 학우들을 보니 추운 날씨에도 따뜻해졌다.

 4월에는 개강하고 시작된 온라인 강의에 대한 학우들의 불만, 교수와 교직원들의 고충도 들어보았다.

 또, 자취방을 계약하고 본가에 머물며 월세, 관리비를 지출하는 학우들의 볼멘소리도 들었다. 기말고사를 치르는 6월에는 시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취재했다. 방학 기간에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하거나 잘리는 상황과 이야기도 학보를 통해 만나 볼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시시각각 확인하면서 학보 발간 계획을 유동적으로 바꿨다. 아이디어 회의, 편집 회의는 최소한 인원만 참가하고 결과를 카카오톡으로 공유했다. 상황이 심각할 때는 매일 해야 하는 학보사 출근을 학보 발간 3일만 하도록 만들었다.

 대자보를 붙이고 수습기자 모집 홍보를 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온라인 홍보에 더 주력했다. 학우들과 더 소통할 수 있도록 에브리타임 경남대학보사 페이지를 개설해 설문조사나 온라인 홍보에 썼다. 수습기자 교육은 방학 때 zoom을 활용해 진행할 예정이다.

 2020년 3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15개의 학보를 발간했다. 혼란스러운 적도 많았지만, 학보사에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고 방역 수칙을 따르며 편집에 몰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전에 세상은 오지 않는다고 예측한다.

 코로나19로 학보가 채워졌지만, 이 시국을 담은 학보가 싫지만은 않다. 모두가 궁금하던 이슈를 기사로 써서 조금은 학보사가 주목받는 한 해가 됐다.

 내년에는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진 못하지만, 올해보단 수월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겪었던 과정 전부가 학보에 기재됐고 코로나19 상황을 대처하는 방법들을 컴퓨터 구석 폴더에 기록해놓았다.

 코로나19를 대처하다 보니 2020년도 벌써 끝이다. 이제 마지막 학보만을 남겨두었다. 지금처럼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2021년 2월 학보를 마무리해야 한다.

 그래서 나의 극복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 말하고 싶다.

 

※ 본란은 ‘경남연합일보 코로나 극복 체험수기 및 Tomorrow 독후감’ 공모전(2020년 12월 14~31일 진행) 수상작을 싣는 공간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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