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시계’
손목시계가 멈췄다
가는 숨소리가 들리지 않던 아침
늦잠을 잤다 시월 찬바람은
이미 온 세상을 제 빛깔로 물들여놓고
시월이 쏟아낸 풍경이 궁금하지 않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바람의 일기장을 열던 당신은
멈춘 초침 어딘가에 흑백 필름의
한 조각으로 남아 있을까
하루는 순간이었다
비둘기가 땅을 차고 날아오르는 순간
나뭇잎이 생을 다하고 떨어지는 순간
수많은 순간들이 맞물려
살아가는 톱니들의 정직한 행보
단 한 번의
반항 없이 오고 가는 계절
숨차게 뛰어도
천천히 걸어도 다 같이 만나던 횡단보도 앞
손목 위에 가는 숨소리를
절명시켜도 기어코 몰려오는 허기
들깨 칼국수 한 그릇 후르룩 먹고
식당 문을 나서는 오후
◆시작노트
생각의 시계가 멈춘건 아주 오래전 일이었다.
알면서 되려 외면했던 날들정지된 수많은 날들을 그대로지니고 싶었을까.
한참 지난 지금에야 가질수 없던 것들은내것이 아닌 욕심이었기 때문이라는 순리를 배워간다.
지속되는 시간의 굴레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법을 힘차게 풀어본다.
◆고바다 시인 약력
계간 ‘시와편견’으로 등단
시사모 동인.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
‘시와편견’ 작가회 회원
‘나비의 짧은 입맞춤’, ‘내 몸에 글을 써다오’,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등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