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호 칼럼] 과거 청산작업, 국민이 납득해야

  • 입력 2021.03.21 12:21
  • 기자명 /배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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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과거의 잘못을 들춰내고, ‘××청산’을 부르짖는 이유도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고 발전적 계기로 삼자는데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해온 과거 정부의 청산작업은 발전적 계기가 되기는커녕 감정적이고 보복적인 인상이 짙어 역사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는 새해 첫날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을 꺼냈으나….

 이 전 대표는 사면론을 제기하면서 “정치 또한 반목과 대결의 진영정치를 뛰어넘어서 국민통합을 이루는 정치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청와대와 사전 교감 부족 등으로 무산됐다.

 이에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전 대표의 사면 발언은 국민통합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다”며 “이 문제는 국민의 공감대와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개혁과 청산작업은 역사적 과오에 대한 청산의지가 미흡하고 반성이 없으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기합리화(?)적인 사고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곪은 상처를 치유하기보다는 더 깊이 곪게 하는 것 같다.

 또 청산해야 할 과거를 청산하지 못한 과오때문에 지난날 우리의 역사유산은 부정적 요소가 더 많고 정통성이 결여돼 있는 것이다.

 지난 1993년 군정 30여 년(박정희·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을 종식하는 문민정부가 출범했을 때만 해도 집권 5년 내내 우리사회 구석구석까지 사정의 칼날을 휘둘러 ‘이제는 민주화가 돼가는구나’하는 국민적 기대에 부풀게 했다.

 그러나 30여 년이 지난 요즘 들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 싶을 정도로 비리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대로 존재하는듯한 착각에 빠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4년여 지난 요즘 많은 사람들이 “지난 정국의 청산은 그만큼 했으면 됐지 더 이상 할 것이 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름을 거론하기는 좀 곤란하지만 서슬이 시퍼렇던 정치권의 소총수(?)들도 무슨 약점이 잡혔는지 꿀 먹은 벙어리로 맥없이 물러나 앉아있는 것 같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민주화시대에 걸맞지 않은 탄압법규나 억압장치 등 비민주적 요소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얼마동안 민주화로 가는 듯하더니 올 들어 장관후보 청문회에서 일부 후보는 각종 비리가 속속 드러났으나 임명돼 역사의 시계가 멈췄거나 뒤로 가는 듯한 느낌마저 들고 있다.

 물론 과거를 계속 거론한다는 것이 역사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말이 전혀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 과거에 집착하느니 차라리 미래 지향적인 자세가 훨씬 생산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오를 거론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가능한 빨리 청산해 과거로부터 해방돼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과거’라는 족쇄를 채워놓고 미래를 향해 뛰라는 주문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의 청산은 현 정부가 해결해야 할 시대적 당위성이며 국민적 합의사항이다.

 그러하기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선까지 청산이 되고 개혁이 이뤄져야 하지 않겠는가.

 필자가 수차례 ‘소 한마리로 이웃간에 다투지 말라’, ‘살아가면서 동료들과 싸우지 말라’, ‘미운 자식에게 떡 한조각 더 줘라’ 등 칭찬과 양보·배려를 수차례 부르짖었으나, 요즘 일본의 행동과 북한, 우방인 미국도 미군주둔비 협상에서 ‘양보·배려’란 단어를 잊어버린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을 것 같다.

 정말 과거청산이 보복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필자도 요즘의 정치판과 일본·북한·미국 등의 행동을 보면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과연 우리도 정부가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 전직 대통령의 구속과 위안부 문제 등 대일정책이 보복적인 행동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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