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항공MRO 갈등 고조…“사천 항공정비 집중할 때”

사천-인천 한치 양보없는 전쟁
인천 MRO사업 참여 예산낭비
사천시 “끝까지 지켜낼 것”
4229억 투입 정비단지 조성 중
안현호 KAI 사장 “정부지정
전문업체 있는 사천 육성해야”
승인2021.04.04l수정2021.04.0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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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항공정비 시장은 이제 걸음마 단계이다. 그래서 시장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사천지역에 항공 정비 전문업체를 구축했다.

 그런데 인천이 새롭게 항공정비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해 항공MRO사업을 두고 사천시와 인천과역시가 한치의 양보 없는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사천시와 인천시의 갈등은 극한으로 고조되고 있다.

 MRO사업은 향후 큰 성장이 기대되고, 특히 지역 경제에 상당 부분 기여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형국이다.

 항공MRO사업의 전반적인 내용과 사천 항공MRO사업의 당위성에 대해 들여다보자.

 

◆ 사천 항공MRO사업은 어디까지 왔나?
 사천의 대표기업인 KAI가 지난 2017년 1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 MRO사업자로 선정됐다.

 국토부는 KAI의 기술력과 사천시의 사업부지 저리임대 등 MRO 사업기반이 충분하며, 항공우주산업단지와 항공제조업체가 밀집돼 있어 입지조건이 우수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후, KAI는 2018년 항공정비 전문업체인 KAEMS를 설립했고, 2019년 제주항공 B737의 초도정비를 시작으로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 국내LCC 업체들에 대한 기체 중정비를 수행하고 있다.

 2020년에만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의 민간항공기 31대를 정비했고, 2020년 10월에는 신규 행거동을 준공해 B737, A320 등 단거리 항공기를 연간 100대 정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경남도와 사천시 행정적인 지원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항공산업 발전과 항공MRO사업을 위한 일정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경남도와 사천시는 총 4229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사천읍 용당리 일원 31만1880㎡ 규모의 항공MRO 단지를 조성 중이다.

 

◆ 항공MRO사업의 국내시장 규모와 미래는?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성장률과 세계 6위권인 항공 운송시장을 감안하면 국내 MRO 사업은 저조한 실정으로 우리나라 MRO사업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이 전체 시장의 62%,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21%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전세계 항공MRO 시장은 2019년 819억 달러 규모에서 2029년 1159억 달러로 연평균 3.4% 증가가 예상되며, 특히 아태지역의 경우 2019년 245억 달러에서 2029년 426억 달러로 연평균 5.6%의 고성장이 기대된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국내외 모든 항공기의 운항이 중지되면서 항공산업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으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4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사천-인천 ‘총성 없는 전쟁’은 어떻게 시작됐나?
 항공MRO사업을 두고 벌이는 인천와 사천시의 대립은 한마디로 골리앗(인천)과 다윗(사천)의 싸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갈등과 함께 대립을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6월이다. 첫 포문은 인천이 열었는데, 인천지역 국회의원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공항공사의 사업에 항공기정비업도 추가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사천시를 비롯한 기업·시민사회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등 즉각적인 방어에 나섰고, 결국 해당 개정안은 장기검토 계속심사 안건으로 보류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진성준 의원이 개정법률안을 발의하는 등 인천광역시의 공격이 계속되자 사천·남해·하동 출신의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이 반격에 나서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하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MRO 사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인천국제공항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자 인천지역 국회의원,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기어코 소도시의 밥그릇을 뺏고자 들고 일어난 것이다.

 

 

 

 

◆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 꼭 필요한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인천지역에서 항공MRO 사업을 하는데 하등의 문제가 없다.

 기본적으로 항공 운항사의 경우 항공기 운항정비를 수행하고 있고, 인천국제공항의 샤프테크닉스 역시 저가 항공사의 항공기 중정비를 하고 있다.

 관련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항공MRO사업을 하고 싶은 사업자는 항공MRO 시장에 진출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직접 항공MRO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발의로 항공 인프라 중복 투자로 인한 예산낭비와 지자체간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인천지역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20대 국회부터 총 5회에 걸쳐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직접 항공MRO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 왜 안되는가?
 항공MRO 인프라가 부족한 인천에서 법을 개정한 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외국 항공MRO업체를 유치해 위탁 시행할 경우, 사전준비에 막대한 비용이 투자되는 MRO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보조금이 지급돼야 한다.

 이러한 보조금 지급행위는 외국 민간 기업에게는 특혜가 되고 국내 기업에게는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게 된다.

 국내 전문기업 대신 해외의 MRO전문기업을 유치한다면 이는 국부 유출이며, 우리나라 MRO 사업의 경쟁력을 저해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더구나 국내 MRO 사업자의 신규 수주물량은 연간 150억원에 불과하다. 이것을 둘로 나눠 ‘윈-윈 하자’는 인천지역의 주장은 함께 같이 죽자는 의미와 마찬가지다.

 특히 비행기는 자동차와 달리 계획정비가 대부분이다.

 A, B 체크라고 불리는 비행 전 검검의 경우 인천이나 김포에서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중정비나 비행시간과 관계없이 주기로 이뤄지는 소위 캘린더 정비의 경우 사천에서 이뤄지는 것이 맞다고 본다.

 실제로 인천공항처럼 세계적인 대형 국제공항에서 항공기를 정비하는 항공MRO를 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오클라호마, 일본은 오키나와, 프랑스는 툴루즈, 독일은 함부르크 등 대형 국제공항과 수십, 수백㎞ 떨어진 곳에서 항공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 항공MRO사업, 왜 사천이어야만 하는가?
 우리나라는 인건비가 높기 때문에 단순 기체 정비가 아닌 고부가 가치 MRO 사업인 엔진 손상수리 및 기체 개조MRO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항공기 제작에 준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사천시에는 항공기 개발기술을 보유한 국내 유일 완제기 업체인 KAI와 협력업체들이 있다. 항공제조업과 항공MRO사업을 위한 인프라가 어느 지자체보다도 잘 조성돼 있는 것이다.

 더구나 사천지역은 정부가 지정한 항공MRO 전문업체가 막 탄생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자체마다 전문적 지식과 충분한 검토없이 항공MRO단지를 조성하고, 항공MRO사업을 추진한다면, 정부지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특히, 항공MRO 사업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끊임없는 노력으로도 기술 확보가 쉽지 않은 사업이다. 전문가들은 항공MRO 사업이 항공기 개발에 준하는 인프라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정부의 입장은 어떠한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항공정비업을 직접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개정 법률안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항공기 정비업의 경우 공항공사에서 직접 정비업을 운영하기보다 지원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이는 항공기 정비업이 민간의 영역이므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민간의 영역을 침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기본적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는 점에서 사업 범위의 확대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 사천지역의 입장은 어떠한가?
 사천지역에서는 정치권이 나서서 이제 막 뿌리내리려고 하는 사천 항공MRO 사업을 짓밟으려 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뿐 아니라 지자체간 갈등을 부추기는 행동이라는 분위기이다.

 특히, 한국공항공사, KAI 등 정부출자 기관이 참여하는 항공정비 전문업체인 KAEMS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은 물론 국제적 경쟁력 또한 약화시키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사천지역에서는 ‘양 지역의 항공정비 사업이 동반 실패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인천지역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한 사천지역 기업 관계자는 “지금 대한민국은 MRO 사업의 후발주자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며 “제한된 항공MRO 시장에서 한정된 물량을 가지고 지방자치단체 간 소모적 논쟁을 유발하는 것 자체가 국가적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공항별 역할 분담은 걸음마 단계인 사천항공MRO 사업을 일정 수준 이상 육성한 후에 논의할 사안이며, 현재 단계에서 군수와 민수, 경정비와 중정비 등 역할을 나누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현호 KAI 사장은 지난 3월 30일 사천 KAI 본사에서 열린 2021년 지역언론 간담회에서 “항공 MRO사업, 특히 기체와 엔진 등 항공기 중정비는 정부가 지정한 전문업체 한국항공서비스(KAEMS)가 있는 사천에서 육성하는 게 당연하다”며 “사천에서 우선 육성하고 더 필요하면 다른 지역으로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 공항이 있는 인천은 현지 여건상 항공기 라인정비(간단한 경정비)를 하는 건 이해한다. 지금도 라인정비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인천이 MRO 특구로 지정받은 뒤 중정비를 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항공서비스에서 인천은 경정비, 사천은 중정비를 육성한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이는 MRO를 양 지역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사천에 항공기 중정비 클러스터를 육성하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윤하영기자  yhy@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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