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모] 박상원 시인 ‘거리 두기’

  • 입력 2021.04.12 16:29
  • 기자명 /정리 한송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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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두기’ 


너무 가까이는 오지 마시라
꽃잎 속에 톱날이 돌고 있을 지도 몰라

남천 건너 애기동백 다시 붉어 지치도록
겨울은 여전히 거리를 떠돌아

봄새들은 어디 모여 웅크렸는지
산등성이 철탑이 비안개를 널고 있네

사랑도 지칠 때가 있지
연애가 가끔 재앙이듯이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문 밖에 그냥 두고 가시라

바라보는 불빛 달라 그림자 서로 엉키니
그대는 정녕 누구십니까

넓이를 걷어내고 깊이가 되면
나도 나를 가늠 할 수 있을까

불가촉의 이 축제가 끝나고 나면
가면 벗고 활개 칠 아침 다시 뜨겠지 

묵은 숨 뱉어낼 그날을 위해
뛰어 쓰는 이 거리들을 모아둬야겠다

 

 ◆시작노트
 안개가 스미듯이 어쭙잖게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 어느덧 해를 건너고 계절을 할퀴며 인류를 지치게 한다.
 무절제와 교만이 이 사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 해법은 자연에 대한 경외, 그리고 멈춤,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성에 있으리라 본다.
 홀로 된 섬이 깊어지는 봄이고 또, 밤이다.

 ◆박상원 시인 약력>
 시사모 특별회원
 동아대학교 졸업
 현대서정연구실 수강
 2014년 시집 ‘한쪽 눈은 남겨두었네’로 작품활동 시작
 2019년 시집 ‘소나기, 숲을 흔들다’ 출간
 양산, 경남, 한국문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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