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호 칼럼] 지금은 총체적 난국이라는데…

  • 입력 2021.05.09 12:59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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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속담에 ‘잘되면 내 탓이고, 못되면 조상 탓’이란 말이 있다.

 우리들은 공은 자기 몫으로 돌리고, 잘못에 대한 책임은 남에게 전가하는 좋지 못한 심성이 오래전부터 가슴속에 깊이 내재해 있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4년이 지났으나, 코로나19와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나라사정이 어렵게 전개되고 국가장래에 대해 국민 전체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문을 보기가 두렵고, 언론도 속이 시원한 기사를 보도해 주지 못한다고 아우성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혼란, 경기의 불안정, 600여 만명에 이르는 자영업자들의 “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져 사회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느낌이다.

 다음달 월급에 전혀 걱정이 없는 교사와 공무원들도 지금의 시국상황이 심각한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제조업체의 생산현장은 언제 분규의 뇌관이 터질지 모르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증권시장은 널뛰기를 하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이제 분노로 변해 정치인들을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윤리와 도덕이 실종되고 남이야 어찌되든 ‘나만 잘 살면 그만이다’는 극도의 이기주의만이 팽배해 있는 사회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북한 김정은에게 많은 것을 제공했으나, 이들은 최근 미국과 핵무기로 대립하는 등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물에 빠진 놈 구해주고 나면 보따리 내놓으라’는 속담이 생각날 뿐이다.

 한마디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이 짙은 먹구름에 휩싸인 채 이해집단간의 대립과 갈등으로 벌집 쑤셔 놓은 것 같다.

 오늘의 이런 상황을 두고 정부와 여당도 ‘총체적 난국’이란 표현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 시국이 ‘난국’이라는 데는 모두가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어느 누구도 발 벗고 나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기보다는 서로가 책임을 떠넘기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나라꼴(?)이 이 지경에 이른 책임이 정부와 여당에만 있는 것일까?
 물론 일차적 책임이 국가를 경영하는 집권여당에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지만, 반대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면 꼭 책임이 집권여당에게만 있는 것일까?

 학창시절 배운 민주주의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고 한다면 국가의 주인인 국민에게는 전혀 책임이 없는 것일까? 국가경영을 위임해 놓고 감시감독을 소홀히 한 국민에게도 분명 책임이 있을 것이다.

 나라꼴(?)이 잘못돼가는 데도 언론은 침묵하고 있다고 대다수의 국민들이 야유를 보내고 있어 필자도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을 지경이다.

 지도자의 무능을 목청 높여 나무란다면 무능한 그를 정상에 올려놓은 우리들에게도 책임이 있을 것이다. 여야(與野)를 막론하고 정치판을 이 꼴(?)로 만들고 있는 국회의원은 또 누가 뽑았는가.

 한마디로 ‘정치는 국민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말을 실감케하고 있다.

 국가의 중책을 맡기게 하고자 표를 몰아준 우리도 가슴에 손을 얹고 책임이 없는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공직자의 부정부패나 무사안일도 따지고 보면 우리들의 의식수준이 낮기 때문에 빚어진다.

 법과 제도 이전에 국민이 부정부패의 공범이 되지 않고 기회주의·적당주의에 빠져들지 않으며 철저히 감시했다면 기강이 무너질 리 없을 것이다.

 요즘 말썽이 되고 있는 부동산투기도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투기심이 내재해 있기 때문인데도, 투기꾼들이 도덕과 윤리를 저버리고 돈벌이에만 급급하다고 질책을 하고 있다.

 또 권력층의 주위를 맴돌며 돈을 갖다바치고 이권을 따낸 일부 업자들에게 과연 우리들은 돌팔매질을 할 수 있을까?

 ‘소수의 독재가 민주주의 적이라면 다수의 횡포도 민주주의 적’이란 말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다수의 비합법적인 횡포나 방관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부와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등이 부패하기까지 방관한 우리 모두에게도 책임은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반만년 이어온 우리역사는 수많은 외침과 내란으로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 고비를 슬기롭게 넘겨 왔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고 고철이 용광로를 거치면서 제련(製鍊)되고 대장장이의 쇠망치를 맞으면서 더욱 단단해지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오늘의 난국에 대해 우리 모두가 책임의식을 갖고 화합할 때 도약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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