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무릎 꿇은 교사를 보고

교사 신뢰하고 중립성 존중해야

  • 입력 2006.05.23 00:00
  • 기자명 이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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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들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한 일을 두고 논란이 많다.

교사가 학부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정말 죄송합니다”며 울먹이고, 학부모들은 “조용히 인정하고 사표 내면 조용하다고 했지 않았나. 여기 다 지식인들이야. 왜 흥분하게 만들어”라며 교사를 다그치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방영됐다. 동영상의 내용을 보면 무엇인가 잘못을 저지른 여자가 용서를 빌고 득의양양한 여자들이 흥분을 못 삭이는 상황으로, 교사와 학부모간에 일어난 상황으로 보기엔 힘든 장면이었다.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사표제출을 요구한 주된 사유가 급식시간에 밥을 빨리 먹도록 심하게 다그쳤다는 것이고, 그 밖에 몇 가지는 교사가 학생에게 벌 청소를 시켰고 반성문을 쓰게 했고 수업시간에 화를 많이 냈고 단체기합을 주고 뛰는 아이 친구 이름을 적게 해서 친구사이를 이간질 시키는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뉴스를 보고 시청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런 일이 일어나면 흔히 교권이 땅에 떨어지고 교육이 붕괴되었다는 말을 한다. 교권이라는 것이 왕권이나 정권처럼 권리이나 권력을 의미하는 용어가 아니므로, 떨어지고 붕괴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교권이 추락할 위기에 있다고 말을 한다.

교권은 교사의 신념에 따라 교육할 수 있는 권리이고 교육을 위해 정치나 외압으로부터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권리라고 말한다. 신념이나 중립성이라는 말에는 신뢰와 존중이 바탕에 깔려 있다.
교사의 신념을 신뢰하고 교사의 중립성을 존중해야 교권이 확립되는 것이다. 교권의 확립은 교사의 체통이나 교사 개인의 권위를 위해서가 아니다. 장차 이 사회 구성원이 될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서이다. 교육의 수혜자는 내 자녀이고 내 나라이기 때문에 제대로 교육 받은 내 아이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된다. 그러한 신뢰와 존중이 없는 교육은 모래 위의 집짓기와 같다.

한국교총은 이 사건을 두고 “교권침해를 넘어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개탄을 금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해당 학교의 학교장은 학부모들이 담당교사에게 사표를 내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학생도 인권이 있지만 선생님도 인권이 있다”며 자신이 대신 사표를 내고 책임을 지겠다고 흥분했다.

말의 내용을 들어보면 거론의 대상은 교권이 아니라 인권이다. 인권은 국민의 기본권에 해당한다. 청주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이 교사의 교권추락을 넘어서서 사람으로서 기본권을 침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더욱이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공론화하기 위해 기자들을 불러 취재케 했고, 불려온 기자들은 교실에까지 들어가 어린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좋으냐’, ‘뺨을 때렸느냐’ 등의 질문을 하며 학생들에게 교권을 넘어 교사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는 일을 거리낌없이 했다.

지난 15일 스승의 날을 지내면서도 대부분의 학교가 휴교조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사에 대한 이러저러한 말들이 또 있었다.

교사에 대한 바람직하지 않은 촌지나 선물의 관행이 있다면 과감히 끊어 없애야 한다.
하지만 잘못된 취재방법이나 학부모들의 부당한 관여로 교권과 인권을 실추시켜서 결국 내 발등을 찍는 어리석은 일은 제발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여기 다 지식인들이야”하고 고함치며 항의하는 학부모들의 말이 마치 “나는 지식인이긴 하지만 교양인은 아니야”라는 뉘앙스로 들린다.

오로지 대학입시만을 목표로 두고 학교생활을 했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것은 지식 뿐이고 교양은 필요없다는 말인가. 그래서 교사들을 내 아이에게 지식만을 넣어 주어야 할 지식의 전달자로만 본다는 얘긴가?      이현도/ 탐사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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