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모] 손병규 시인 ‘든든한 밥 한 그릇’

  • 입력 2021.09.27 13:57
  • 기자명 /정리 한송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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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밥 한 그릇’


이역만리 앨라배마
토종 입맛이 자존심상
아메리칸 입맛이 될 수 없었다
먹고 살기 위해 먼 곳을 왔지만
되려 먹지 못하는 입이라니

돌아갈 날 손꼽아 세며
아내와의 통화에 먹고픈 반찬을 읊어대고
입 안에 도는 군침이 대신 향수를 달랬다

귀국하던 날 받아든 밥상
콩나물 무침
사각거리는 무 겉절이
갓 솎아온 열무
힘이 절로 솟는다는 부추김치
청량고추 썰어 넣은 된장찌개

양푼에 넣고 비벼
한 술 입에 넣었다
칼칼한 된장찌개 입맛을 돌리는데
손맛 남기고 떠난 엄마가 사무쳐
마음은 허한데 배는 든든하고

 

 ◆시작노트
 먼 미국 앨라배마 출장길, 워낙 입맛이 토속적이라 식사가 여간 곤욕스러운게 아니었다.
 아내나 친구들과의 통화에는 된장찌개 타령만 했다.
 아내는 결혼 후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시어머니에게 부단히도 배워 그대로 내게 해 주었다.
 귀국 후 아내의 밥상을 받아 한 숟가락 입으로 떠 넣는데 이 맛을 남겨두고 떠나신 어머니 생각이 가슴을 타고 올라왔다.
 입에 맞는 반찬이 곧 그리운 당신이었다는 것
 내가 살아가는 힘은 늘 어머니였다는 것
 마음은 허한데 배는 든든한,

 ◆손병규 시인 약력
 경북 구미 거주
 시사모 동인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
 시나브로 외 다수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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