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밥 한 그릇’
이역만리 앨라배마
토종 입맛이 자존심상
아메리칸 입맛이 될 수 없었다
먹고 살기 위해 먼 곳을 왔지만
되려 먹지 못하는 입이라니
돌아갈 날 손꼽아 세며
아내와의 통화에 먹고픈 반찬을 읊어대고
입 안에 도는 군침이 대신 향수를 달랬다
귀국하던 날 받아든 밥상
콩나물 무침
사각거리는 무 겉절이
갓 솎아온 열무
힘이 절로 솟는다는 부추김치
청량고추 썰어 넣은 된장찌개
양푼에 넣고 비벼
한 술 입에 넣었다
칼칼한 된장찌개 입맛을 돌리는데
손맛 남기고 떠난 엄마가 사무쳐
마음은 허한데 배는 든든하고
◆시작노트
먼 미국 앨라배마 출장길, 워낙 입맛이 토속적이라 식사가 여간 곤욕스러운게 아니었다.
아내나 친구들과의 통화에는 된장찌개 타령만 했다.
아내는 결혼 후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시어머니에게 부단히도 배워 그대로 내게 해 주었다.
귀국 후 아내의 밥상을 받아 한 숟가락 입으로 떠 넣는데 이 맛을 남겨두고 떠나신 어머니 생각이 가슴을 타고 올라왔다.
입에 맞는 반찬이 곧 그리운 당신이었다는 것
내가 살아가는 힘은 늘 어머니였다는 것
마음은 허한데 배는 든든한,
◆손병규 시인 약력
경북 구미 거주
시사모 동인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
시나브로 외 다수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