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란이퇴(知難而退)

승인202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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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종욱 기자.

 춘추좌전(春秋左傳) 선공(宣公) 12년 조에는‘사정이 좋음을 보고 진격하고, 어렵다는 것을 알고는 물러난다는 것은 용병의 바른 원칙이다(見可而進, 知難而退, 軍之善政也)’라는 대목이 있다.

 춘추시기, 정(鄭)나라는 패권(覇權)을 다투던 진(晉)나라와 초(楚)나라 사이에 위치했는데, 정나라는 먼저 진나라에 의지했다. 그러자 초나라는 군사를 동원해 정나라를 공격했다. 정나라는 자국(自國)의 안전을 위해 진나라에 구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먼데 있는 물로는 불을 끌 수 없듯 진나라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으므로, 정나라는 초나라에 항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진나라의 군대를 통솔하던 환자(桓子)는 정나라를 구원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여겼으며, 당시 초나라의 국력이 막강하였기 때문에 진나라로서도 승산이 없었다.

 이에 그는 철군하려 했으나, 지휘에 따르지 않던 부하들은 초나라 군사와 교전을 해 크게 패하고 말았다.

 지난 6월부터 촉발된 산청군의 식품회사 옆 산업용펠릿공장 허가의 부당성과 위법성이 지난달 실시된 자체감사에도 드러났고, 지난달 28일 식품회사가 경남도에 제기한 행정집행 정지신청에서도 식품회사의 이의 제기를 인용하면서 산청군의 행정절차상 문제를 인식함으로써 식품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산청군수의 직권취소 명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당 부서의 담당 과장이나 담당자는 잘못에 대한 인정은커녕 직권취소에 대한 부당성을 관내 여론을 통해 확산시키면서 조직적인 항명(抗命)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가히 선출직에 대한 속칭 철밥통들의 반란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왜 그럴까?

 산청군은 자체 감사에서 부실한 환경성 검토와 ‘산업직접법 시행령’ 제43조 제3항에 의한 업종 배치계획을 따르지 않음의 두 가지의 위반사항을 적시했다.

 하지만 해당부서의 담당자는 인정을 하면서도 ‘지역발전을 위함이었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왜 그럴까?

 무릇 공무원들은 행정을 처리함에 있어 모든 사항들을 관계법에 적법성과 적합성을 따져 검토하고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함에 업무의 본질이 있을 것이다.

 모든 사물과 현상들을 철저하게 정해진 법률에 따라서 행정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환경의 조건과 형편에 따라 정해진 법의 유동적인 해석으로 민원인들이나 주민들의 삶이 편해지는 방향으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 

 또한 엄격한 법의 적용으로 인한 안타까운 상황을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할 때는 해당 사항에 따른 예외규정을 적용하더라도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 공무원이 임무이고 역할인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예외 규정의 적용과 탄력적인 행정 처리는 민원인들과 지역주민들의 생존권의 위협이나 피해를 줘서는 안 되게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고집스러운 자의적인 해석이나 떳떳하지 않는 방법으로 일을 처리해서는 더욱 안 되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나중에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말로 이번 사태를 주위를 상기시킨 적이 있다. 무슨 사정과 말 못 할 형편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제는 제방(堤防)으로도 막지 못 할 상황으로 전개되는 듯하니 그저 안타깝기 그지없다.

 왜 그럴까?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고 모든 것을 회피하면서 당시 그렇게 밖에는 처리할 수 없었노라고 주장하기에는 일이 너무 커져 버린 듯하다.

 산청군의 잘못된 판단과 신속한(?) 행정 처리로 식품회사와 펠릿공장, 두 회사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어 버리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다. 속칭‘1타 2피’의 능력을 보여주고자 함이었을까?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 아니라 두 마리다 놓쳐버렸다.

 정말 몰랐을까?

 산청군의 주장대로 당시 과장이나 계장이 몰랐다면 해당 담당자의 일탈로 보기에는 너무나 큰 직권남용(職權濫用)이 아닐 수 없다.

 펠릿공장은 총 66억 원이라는 거액의 투자로 공장을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었다는데 정말 담당자만이 알고 있었을까? 아무리 과장 전결사항이라지만 66억 규모의 투자유치를 상급자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사실인 것이다.

 지란이퇴(知難而退)라 했다. 이 말은 ‘형세가 불리한 것을 알면 마땅히 물러서야 함’을 뜻한다. 지난달 식품회사에서 제기한 행정심판의 희박하다고 평가되는 0.5%의 승소에 대한 희망을 가지는 걸까?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계획을 세우는 걸까?

 이번 펠릿공장 경우로 잘못된 행정 처리로 ‘공무원은 다치면 안 되고 지역주민들은 죽어도 좋다’는 식의 무책임한 사고 또한 지역주민들로부터의 따가운 질타와 잘못에 대한 책임규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몸이 편하려면 우선 마음이 편해야 한다. 마음이 편하려면 진실해야 한다. 진실해지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인정이 필요한 것이다. 인정하자 그리고 다리 쭉 뻗고 자자.

 

 

 

/노종욱기자  nju@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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