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을 품다’
몇 번의 혼절
서서히 잊혀져 가던 통증
사랑 없이 낳은 알을 품어 보는
나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지 마세요
헛구역질은 착각이었나 봐요
부화되지 못한 뿌리없는 생명
번번이 깨어지는 상상 임신에 눈물 흘려요
처음부터 발아될 수 없는 본능이었을까요
갈 길 이미 정해져 있었지요
모여들었던 동네 치킨 집에서
마디마디 분절된 나를 만날 수 있어요
그렁대던 술잔 속에 비친 당신
예전의 나처럼 무정한 알을 품었군요
짝사랑으로 뭉친 날개 주눅 들어
난산에 고통스런 당신의 행간을 위해
기꺼이 내 날개를 드리지요
바삭바삭 끝나는
두 번 째 생을 위해
한 번쯤 잔을 들어 주세요
◆ 시작노트
쉽게 찾아간 장소에서 고단했던 하루를 풀어내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
살아내는 날들이 만만치 않았던 오십후반, 누군가는 희생과 봉사를 감내하고 또 누군가는 감사히 받아들이며 시이소처럼 오르락 내리락 하지만 내릴 때는 서로의 평형을 이루는 것 같은 인생,조화란 이런 것 같아요
◆ 고바다 시인 약력
- 계간 ‘시와편견’으로 등단
- 시와편견 작가회 회원
- 시사모, 한국디카시인모임 동인
-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외 다수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