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별세…끝내 사과없이 떠났다

자택 화장실서 숨져
유서 “북녘이 내려다 보이는 전방고지에 백골로 남고 싶다”

  • 입력 2021.11.23 19:37
  • 수정 2021.11.23 20:38
  • 기자명 /이오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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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재판당시 초췌한 전두환 씨 모습.
▲ 광주 재판당시 초췌한 전두환 씨 모습.

 제11대, 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씨가 연희동 자택에서 사망했다.

 23일 오전 8시 40분께 전 전 대통령이 화장실에서 쓰러져 있는 것을 부인 이순자씨가 발견해 112·119에 신고하고 경찰은 오전 9시 12분께 사망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앞서 육사11기 동기이자 12·12 군사 반란을 함께 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별세한지 29일만에 그 뒤를 따랐다.

 1931년 1월 23일 경남 합천군에서 태어난 전 전 대통령은 1955년 육사 11기로 졸업한 뒤 군내 사조직 ‘하나회’를 만들어 조직을 키워 나갔다.

 이후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피살 사건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을 맡고 정권 찬탈을 위한 ‘12·12 군사 반란’을 획책했다.

 군사 반란을 통해 집권한 전 전 대통령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했으며 1988년 초까지 대통령을 지냈다.

 퇴임 후 내란과 살인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1997년 12월 김영삼 전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이날 전 전 대통령 최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전 대통령의 자택 앞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북녘이 내려다 보이는 전방고지에 백골로 남고 싶다’고 했다”며 “2014년 발간한 회고록이 사실상의 유서”라고 밝혔다. 

 민 전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은 평소에도 가끔 ‘나 죽으면 화장해서 뿌려달라’고 말했다”며 “가족들은 유언에 따라 그대로 하기로 했다. 장례는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족장으로 치를 것이고 유해는 화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 전 비서관은 ‘5·18 피해자 유족에게 남긴 말이 없냐’는 질문에는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언제 어떻게 그 당시 공수부대를 지휘했고 발포 명령을 했느냐 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한다. 발포 명령은 있지도 않다는 게 재판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3년 전 백담사 가시던 날 성명에도 발표하시고 피해자들한테 여러차례 미안하다는 뜻을 밝히셨고 광주 청문회 때도 말씀하셨다”며 “대통령이 되신 후 광주 사태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을 충분히 못하셨기 때문에 그런 점에 대해서 유감스럽다고 했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정계와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안장 문제다. 이날 국가보훈처는 “‘국립묘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립묘지법)상 국립묘지 안장 배제 대상”이라고 밝혔다. 

 보훈처는 “국립묘지법 제5조4항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79조 제1항 제2호 등에 해당하는 죄로 실형을 받은 경우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전 전 대통령은 내란죄 등으로 이미 실형을 받았기 때문에 국립묘지법상 국립묘지 안장 배제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0월 내란죄로 복역돼 전직 대통령 대우가 박탈된 노 전 대통령의 별세를 계기로 국가장 제한 규정을 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당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국가장이나 심지어 국립묘지 안장(여부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은) 본인이 용서를 구한다는 유언도 남겼고 유족들이 그동안 사과, 5·18도 찾아서 사과하는 모습도 보였기 때문에 저는 완전히 다른 케이스(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노 전 대통령과 전두환 씨를 구별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그분(전두환)은 사건에 대한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역사 화해를 위한 용서를 빌거나 과오를 시인하는 것들이 없었다”며 국가장 반대를 주장했다. 

 이날 전 씨 사망 소식에 조오섭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가장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국가장법을 발의한 의원으로서 말씀드리면 아무런 사과도 없고 진실 규명에 대해서 왜곡만 하고 반성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한 것에 대해서 정말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광주가 지역구인 의원으로 말씀드리면 더욱 화가 난다.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반성하고 사죄했으면 좋았을 텐데, 광주시민들에게 사죄하라는 게 아니라 국민께 사죄했어야 한다”며 “전두환 씨가 국가장으로 치러지는 것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이후 빈소가 마련될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장례식은 삼남 전재만 씨가 미국에 체류중인 관계로 3일장 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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