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우포늪과 함께한 20년, ‘늪’이 된 사진가 ‘정봉채 작가’

포털 네이버 ‘사진백과’ 대표 사진작가 중 한명 자연 앞에 자신을 낮춰
우포늪의 속살까지 담아 현대인의 마음 정화해

  • 입력 2021.11.29 18:11
  • 수정 2021.11.29 18:20
  • 기자명 /이오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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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간 우포늪의 모습을 사진 속에 담아 온 정봉채 작가의 작품. 우포늪에서 쉬고 있는 따오기의 날개짓을 담았다.
▲ 20년간 우포늪의 모습을 사진 속에 담아 온 정봉채 작가의 작품. 우포늪에서 쉬고 있는 따오기의 날개짓을 담았다.

 ‘정봉채갤러리’는 지난해에 문은 열었지만 코로나19로 정식 개관식을 하지 못하고 지난 28일 오후 2시, 역사적인 개관식을 가졌다.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 숨 쉬는 경남의 대표적인 창녕 우포늪에서 20년간 꾸준히 생태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정봉채 작가는 지난 2008년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세계람사르 총회 때 공식 사진작가로 초대돼 우포늪의 아름다움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이후에는 우리나라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의 인정을 받으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20년째 우포늪 주변 노동마을에 거주하는 정 작가는 우포늪을 녹색 융단으로 표현하면서 “우포늪은 한반도 생성과 같은 1억4000만년전에 만들어진 자연 늪이고 한국의 늪”이라며 “사진작가는 방랑생활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데 우포늪이 저의 발목을 힘차게 움켜쥐는 바람에 사진 41년 경력 중 20년을 우포늪에 머물게 했다”고 얕은 투정을 전했다.

 정 작가는 “제가 자연을 좋아하니까 자연 사진을 찍게 되고 이제 제 자신이 자연을 벗어나서는 살 수 없는 현실이 돼 버렸다”고 고백하며 “지난 20년간 우포늪을 겨냥한 작품사진은 수 억 만장이 되겠지만 그중에는 옥 같은 작품과 쓰레기 같은 사진도 있다”고 전했다.

 1년에 300일 넘게 우포만 바라보며 우포를 카메라에 담아 온 정 작가는 ‘늪이 된 사진가’, 정 작가 자신도 “늪과 교감을 나누는 나는 늪이 돼가고 있다”고 했다. 

 정 작가는 사진작가로는 드물게 국내 굴지 메이저 화랑의 전속 작가로 활동중이며 국내외에서 명성을 얻고 있다. 

 또한 포털 네이버 ‘사진백과’ 대표 사진작가 중 한명이다. 이 곳에서 그의 작품 1000여 점을 검색할 수 있다. 

 앞으로도 1000여 점이 더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작가의 우포 갤러리에는 그의 수많은 작품 중 대표작 몇 점만 소박하게 걸려 있었다.

 부산이 고향인 정봉채 작가는 우포와는 연고가 전혀 없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 대학원에서 사진을 공부한 뒤 순수 사진가로 활동중이다. 

 그는 “안정적인 교직을 떠나 사진가로 전업하면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은 나를 자연으로 일깨워주고 있는 고마움을 발견했다”고 털어놨다.

 그 고마운 발견은 자연과 정화에 대한 관심이 솟아나면서 ‘우포늪을 찍는 사진가’, ‘MBC환경켐페인 공익광고와 로드리포터’, ‘VLUU 등 각종 사진전문 잡지’에 자연풍경 등을 기고하고 있다. 

 정봉채 작가는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2008년 제10차 세계람사르총회 공식사진가로 초대 됐다.

 아울러 그는 람사르우포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사진집으로는 ‘평화의 마을(1993)’, ‘우포늪(2008)’, ‘밤이 가고 낮이 가는 사이에(2009)’, ‘우포의 편지(2015)’, ‘우포지독한 끌림(2017)’ 등이 있다. 

 또 정 작가는 1995부터 현재까지 동아대학교 등에서 순수예술 사진 등을 강의하고 있다. 2011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술아카데미 AAU(Academy of Art University)에 초빙교수로 초대되기도 했다.

 또 2009년부터 프랑스 아트파리, 비엔나페어, 싱가폴 아트스테이지 등에 초대돼 극찬을 받는 등 세계 무대에서도 명성이 높다.

 정 작가는 “작가는 카메라가 사진을 만들어주는게 ‘오해’라면 내 마음으로 찍는 것이 ‘진실’”이라며 “욕심이 없어야 감각이 올라간다. 감각의 세계를 추구하면서 마음을 어떻게 정화시킬 것인가가 중요하죠. 결국은 작가 자신이 정화돼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또 어느 인터뷰에서는 “내 사진을 통해서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몸과 마음이 조금이라도 정화되고 치유됐으면 더 바랄 게 없다”고 생각을 전했다.

 그는 “나의 별명은 ‘늪이 된 사진가’다. 학창시절과 고등학교 교사 생활 내내 살았던 부산을 떠나 우포늪에 정착한 지 어느새 20년”이라며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만 들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우포로 왔을 때, 그 무모함을 나는 아직도 설명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또, “늪가 폐가에서 기거하며 아무도 없는 새벽의 어둠에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홀로 있을 때면 공포가 엄습했다. 허기진 야생동물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낀 일도 많았다. 늪의 습성상 모기, 습기, 열기를 이기며 한없이 기다리는 일이 일상이었다. 돌아갈 길을 스스로 차단했기 때문에,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에 외로웠다”고 밝혔다.

 사진가로서 늘 자신에게 던진 질문은 “나는 어떤 사진을 찍을 것인가”였다.

 그는 “남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노력도 했고, 그 결과 사진가로 명예로운 길을 걸어왔다”며 “수 많은 수상과 전시, 열정적인 제자들을 가르치는 보람도 있었고, 유수 갤러리를 통해 해외 아트페어에서 찬사도 받았다. 샌프란시스코 예술대학교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친 시간도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 안에 우포가 체화될수록 유명한 사진가가 되고 싶은 마음보다 자연이 주는 편안함과 질서로 회귀하려는 나를 보았다”고 자신을 전하면서 “나의 사진을 통해 우포의 자연과 아름다움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사람들을 보며, 내 사진이 무엇을 향해 가는지 의미도 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은 누구도 찾을 수 없도록 숨겨둔 촬영 포인트, 기막힌 셔터 찬스, 이 모두는 최고의 장비가 아니었다”고 고백하며 “겸손하고 한없이 작은 사진가가 되는 것이 진정한 자연을 사랑하는 작가의 본분이란 사실에 자연은 숨은 속살까지 보여준다는 깨달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정봉채 작가는 “처음 우포늪을 바라보던 나의 마음처럼 내 사진을 보는 분들의 마음이 정화되는 것, 그것이 내가 오래도록 한결같이 추구해온 내 사진의 의미임을 알게 됐다”며 작가의 길 ‘41년 느낌표’를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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