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의 일방적 선거구 획정 의견 ‘논란’

공식 접수 받지 않았고 접수된 의견도 소수에 불과해
2018년 행정·의회가 의견 협의한 것과 판이한 양상

  • 입력 2022.01.12 18:21
  • 기자명 /한태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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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군이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성군의원 선거구를 기존 4개에서 3개로 변경하는 의견을 경남도 선거구획정위에 제출했다.

 행정이 제출한 의견은 현재 지역농협 구역으로 나눠져 있는 ▲가(3명)-고성읍·대가면 ▲나(2명)-삼산·하일·하이·상리·영현면 ▲다(2명)-영오·개천·구만·회화·마암면 ▲라(2명)-동해·거류면 선거구를 ▲가(3명)-고성읍·대가면 ▲나(3명)-삼산·하일·하이·상리·영현·영오·개천면 ▲다(3명)-구만·회화·마암·동해·거류면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문제는 지난 11일 있었던 선거구 획정 브리핑과 행정에서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에서 발생했다.

 실제 다수 군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 아님에도 고성군은 ‘6일부터 10일까지 행정과와 밴드를 통해 선거구 획정에 관한 군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백두현 군수도 브리핑에서 “군민을 대변하는 사람을 뽑는 지방선거에 군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데 반해, 그동안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서는 군민 의견을 수렴한 적이 거의 없었다”며 “그러다 보니 군민들은 자신이 속한 읍·면의 지역구가 어떻게 획정되는지 모르고 나중에 결정되면 알게 되는 것, 이런 방식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결정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재결과 행정에서 말하는 ‘군민들의 의견’은 소수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군 공식밴드에는 행정에서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의견을 달라는 공지나 글은 없었으며, 다른 군민들도 선거구 획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글이 올라온 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백 군수와 행정에서 주장하는 ‘군민 의견 수렴’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담당 부서에 확인한 결과 팩스를 통해 접수된 ‘몇 건’의 의견이 ‘군민들의 의견’으로 둔갑 된 것이었다.

 이 역시 고성군 홈페이지나 다른 공고를 통해 정식적인 의견 제출 안내가 없었음에도 이루어진 것이라, 일부에서는 “백 군수와 민주당이 원하는 선거구를 아는 사람들 몇 명만이 의견을 제시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의 눈초리까지 나오고 있다.

 군민 A씨는 “군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받지도 않아 놓고 군민들의 의견인양 행정의 입장을 내놓는 것은 말장난이나 마찬가지며 이는 군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행정에서 공식적으로 의견을 받은 것이 아님에도 이번 선거구 획정 변경안을 ‘군민들의 의견’이라고 포장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이유를 고성군의회 의원 선거에서 백두현 군수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조금 더 유리한 구조로 가져가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제기하고 있다.

 현재 고성군의회는 지역구 9명, 비례대표 2명으로 총 11명인데 이 중 국민의힘이 8명, 더불어민주당이 2명, 무소속 1명으로, 민주당 지역구 의원은 1명 밖에 되지 않는다.

 4개 선거구 3-2-2-2 선출에서 3개 선거구 3-3-3 선출로 바뀐다면 현직 국민의힘 의원과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경선 과정이 더 치열해지고 혹 무소속 출마가 늘어 날 경우 국민의힘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높아 민주당에게 선거 구도가 유리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둔 당시 고성군 행정과 고성군의회가 선거구 획정 의견 제출을 놓고 협의를 가졌던 것과는 판이한 양상이라 백두현 군수의 ‘의회 패싱’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군의원은 “이전부터 지역정가에서는 3-3-3 선거구로 변경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며 “주민들의 대표인 의원들 의견도 듣지 않고, 그렇다고 다수 군민들의 의견을 듣지도 않았는데 이것이 마치 군민들의 의견인양 언론에 발표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고 꼬집었다.

 가뜩이나 백 군수와 고성군의회가 극심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각각을 지지하는 군민들도 분열을 보이고있는 가운데, 행정에서 발표한 선거구 획정 의견이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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