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모] 이인철 시인 ‘삭정이’

승인20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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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철 시인

‘삭정이’


나무에게도 필시 사람처럼 천형을 안고
태어나거나
사나운 팔자가 있는지 모른다
낳아준 어미 팔에 안겨 끝내 요절하고만
저 못난 삭정이처럼

함께 태어난 다른 동기와는 달리
수족 한 번 제대로 뻗어보지 못하고
생을 다한 원통함이 얼마나 사무쳤으면
미이라로 남아
아직도 에미의 몸통을 움켜지고 있을꼬

하긴 제 놈에게도 한 때 누구못지 않은
야멸찬 꿈이 있었을테지
하늘 찌를 듯한 기상과 무성한 잎새 거느리며
때가 되면 꽃 피우고 열매 맺으며
보란 듯이 살고픈 꿈 말이야

하지만 수요장단이나 길흉화복이
어디 마음대로 되는 법이든가

이제 미구의 어느 추운 겨울 날
누군가의 따뜻한 아랫목을 위한
땔감으로나마 쓰여지기를 바라는 삭정이처럼

황혼으로 가는 늙은 사내 하나가
가슴에 묻은 이루지 못한 꿈과 열망을 보듬어
마른 손으로 삭정이의 몸뚱아리에 얹고 있는

 

 ◆ 시작노트
 자연이 만들어낸 모든 사물은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저마다 사람처럼 운명을 타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하찮은 돌에게도 귀천이 있고 쓰임새가 다른데 하물며 생명이 있는 초목에게 어찌 운명이 없다하리.
 그런 관점에서 보면 기형의 몸을 안고 태어나 일찍 사그라드는 삭정이의 운명은  천형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거나 뜻하지 않은 변고로 고초를 겪으며 생을 마감하는 인간과 하등 다를 바 없다 하겠다.
 어쩌면 뜻 한 번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사라져야 하는 삭정이의 유일한 바램은 보잘 것 없는 몸뚱아리로 던져 불우한 이웃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은 것은 아닐는지…. 누군가를 위한 작은 헌신과 희생이 세상을 밝게 하고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 이인철 시인 약력
 - 거제 출생·현 제주 거주
 - 시와편견 등단
 - 시사모 동인

/정리 한송희기자  hsh@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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