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길 칼럼]우연한 인연은 없다

  • 입력 2009.02.11 00:00
  • 기자명 장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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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이 되면 사람들은 누구나 크고 작은 계획을 세우게 된다. 돈을 많이 벌겠다. 매일 아침 등산으로 건강을 다지겠다는 등 이처럼 올해는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굳은 다짐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흘도 못가 흐지부지 되고 만다. 이것은 의지가 약해서라기보다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달이지면 해가 뜨는 세상의 이치처럼 보통사람들의 삶이란 것이 그저 하루하루의 연속이지 해가 바뀌었다고 특별한 변화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바위라도 뚫을 듯이 설날 아침에 세웠던 계획도 한해의 끝자락에서 돌아보면 대부분 오십 보 백보 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미래라는 시간에 거창한 설계를 하기 보다는 그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곧 밝은 미래라는 것이다.

올해도 거창한 미래를 그려놓고 실천 없는 계획을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경제난으로 답답하고 고달픈 이때 따뜻한 가슴으로 좋은 인연 하나 쯤 만들어 보자. 지금 우리 사회는 매우 어렵다. 실직자들이 쏟아지고 공장이 문을 닫고 거리에는 빈 가게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그들은 지금 마음도 춥고 몸도 춥다. 그들에게 절실한 것은 관심이다.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넬 여유가 있다면 누구든 대상을 가리지 말고 먼저 찾아가 손을 내밀어라.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무거운 것은 같이 들고 두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두려움을 덜어주고 고민은 같이 나눈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인연을 만드는 것이다. 좋은 인연의 출발은 따뜻한 가슴이다.

봄에 팥이라는 씨앗을 뿌리면 가을에 팥을 거둬들이고 콩이라는 씨앗을 뿌리면 콩을 거둬들이는 것은 진리다. 콩을 심었는데 팥은 열리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여름 내내 잡초를 뽑고 거름을 주며 정성을 들인 만큼 굵고 튼실한 콩을 거둬들인다는 것이다. 인연도 이와 마찬 가지로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바르고 정직하게 살면 하는 일이 순조롭게 풀려 좋은 일이 겹칠 것이고 바르게 살지 못하면 하는 일 마다 꼬여 되는 일이 없다.
중국의 선어록 ‘위산대원선사경책’에는 소리가 맑으면 메아리가 맑고 내 자세가 바르면 그림자도 곧고 단정하다는 말이 있다. 이는 모든 벌어지는 현상에 대하여 근본 원인은 자신에게 있다는 의미다. 메아리가 맑기 위해서는 내 목소리가 맑아야하고 단정한 그림자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내 모습이 단정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논어에 공자님은 ‘어진 것이 멀리 있겠는가? 내가 어질고자하면 곧 바로 그 어짊이 가까이에 다가 온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듯이 길에서 버스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고 직장의 동료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지구상의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유독 나와 인연이 맺어 졌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그 만남에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옛날 말에 천리를 떨어져 있어도 인연이 있으면 언젠가는 만나게 되고 인연이 없으면 한 방에 앉아 얼굴을 마주 보고 있어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고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사는 내 주위의 사람들은 보통 인연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하늘이 내린 더 없이 소중한 인연이기에 그들에게는 짐이 되기보다는 힘이 되어야 하고 해가 되기보다는 득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 나를 힘들게 하는 이가 있다면 나는 누군가에게 무언가 희생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고 친구에게 돈을 빌려줘 떼이면 살아오면서 나도 모르게 물질이든 마음이든 누군가에게 반드시 갚아야 하는 무언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 돈 떼먹었다고 죽이니 살리니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이 지구상에 와서 나도 모르게 돈이든 마음이든 빚진 것이 많아 받는 악연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넓게 가지자.

이처럼 사람들과의 인연 안에서 슬프고 괴롭고 기쁘고 때로는 가슴을 치는 분노도 있다.
그 인연 안에도 내가 겪어야 하고 내가 느껴야 하는 그 무언가 존재함을 알아야 한다. 신은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아무 생각 없이 우연히 만들어 내지 않는다고 한다. 세상만사가 인연 따라 왔다가 인연 따라 간다고 하는 것이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인연이란 내 삶의 거울이자 인생의 지침서라는 것이다.

비록 두 번 다시 생각하기 싫은 악연이라도 내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을 은연중에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악연에 대해서 재수가 없다고 욕 할 것이 아니라 겸허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그 선연과 악연 속에 숨겨진 자연의 뜻을 깨닫는 다면 이제까지의 삶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나는 내 주위의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가슴 아프게 하고 있지나 않는지, 남을 위해서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탰는지 진지하게 지나온 삶을 돌아 봐야 한다.
좋은 인연이야 말로 삶에 있어서 가진 값진 자산이며 내 인생의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이다. 또한 사회의 희망이기도 하다.

/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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