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단상’
때 이른 계절이 온건지
가을들판엔 눈꽃이 하얗게 피었지
척박한 땅에 꿋꿋하게 피던 어머니
밤새워 불던 바람의 허기를 딛고
새벽마다 정화수 올리셨지
정성껏 기도로 떠 올린 밥상
철없이 보리밥이 싫다했지
소복이 담긴 당신의 눈물이었음을
미처 몰랐지
가파른 보릿고개 뒤안길로 가고
달빛에 흐드러져 희디흰 메밀꽃
어린시절 행간마다 뿌려놓던
어머니의 별이었음을
새하얀 꿈은 당신의 기도였음을
겨울밤 첫눈이 내리면
산발치 짐승도 숨죽여 울고
당신의 모습은 초라했지만
한때 나에게 하늘보다 위대했던
눈부신 하얀 메밀꽃
◆ 시작노트
듣기만 해도 가슴 뭉클해지는 말, 어머니!
우리 어머니는 황무지에서도 꿋꿋하게 자라는 메밀꽃처럼 억척스런 삶을 살아내셨죠.
삶에서 근심 걱정을 놓았던 날이 별로 없었던 힘든 여정을 보내다 바람처럼 떠나신 어머니, 이제야 부모의 자리를 생각해보고 나는 지금 어떤 부모로서 살고 있는가 되짚어봅니다.
어머니 첫 기일을 맞이해 메밀꽃처럼 살다가신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손병규 시인 약력
- 경북 구미 거주
- 시사모 동인
-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
- 시사모 동인지, 베라, 나는 아직도 울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