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나’
스산했다
어두움 때문인 줄 알았다
그건 마음 속에 숨어있는
작은 소리들이 저마다 나오려고
스멀스멀 거리는 느낌이었다
육신을 끈다
내가 나를
끌고 간다
끈으로 묶어서
질질 바닥에
끌며 걷는다
바닥은 금세 피바다로 변한다
아프다
근데 육신이
아픈 것이 아니라
가슴에 멍이 터져 나와
피를 토해낸다
그래도 남아있는 잔재들
세상을 내려다보는
나는 사라지고
빈 껍질만
끌고 가는
나만 남았다
◆ 시작노트
산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을 것이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심정으로 어느덧 수십 년의 인생을 지나고 뒤돌아 보니 진정한 나는 없고 세상의 변화에 따라가고 있는 나만을 바라보고.
어릴 때 꿈인 나이들어서도 알프스 소녀같이 인생을 살아가고자 했던 일이 떠올라서 이 시를 쓰게 되었다.
사람처럼,사람답게, 순수한 마음 잃지 않고 살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 최윤희 시인 약력
- 인천거주
- 시사모 동인
- 시집, 시간의 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