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함사사영(含沙射影)

  • 입력 2022.05.19 14:54
  • 수정 2022.05.19 14:55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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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종욱 기자.
▲ 노종욱 기자.

 동한(東漢)시대 서기 100년경에 허신(許愼)이 편찬한 설문해자(說文解字)의 훼부에는 전설 중의 괴물을 뜻하는 역(或)이라는 글자가 수록돼 있다. 이 책의 해설에 따르면, 역이라는 괴물은 자라의 모습인데 다리는 셋뿐이고, 입김을 쏘아 사람을 해친다고 한다.

 청대(淸代)의 왕균(王筠)이라는 학자는 이 역(或)자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다음과 같은 주석을 달았다. 

 ‘일명 사공(射工), 사영(射影), 축영(祝影)이라 한다. 등은 딱딱한 껍질로 돼 있고 머리에는 뿔이 있다. 날개가 있어 날 수 있다. 눈은 없으나 귀는 매우 밝다. 입안에는 활과 같은 것이 가로로 걸쳐 있는데, 사람의 소리를 들으면 숨기운을 화살처럼 뿜는다. 물이나 모래를 머금어 사람에게 쏘는데(含沙射人), 이것을 맞으면 곧 종기가 나게 되며(中卽發瘡), 그림자에 맞은 사람도 병이 나게 된다(中影者亦病).’ 

 함사사영(含沙射影)이란 ‘모래를 머금어 그림자를 쏘다’는 말로 ‘암암리에 사람을 해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이는 떳떳지 못한 수단으로 남을 해치는 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오는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9일부터 13일간의 공식 선거 운동에 돌입했다. 선거를 통해 광역자치단체장이나 지방자치단체장,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을 동시에 주민들의 투표로 선택받게 된다. 따라서 주민들은 후보자들의 도덕성과 공약 등을 근거로 지지하는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참정권의 행사로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산청군은 후보자들 간의 이전투구로 청정골 산청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다. 사람마다 정치 성향과 색깔은 다르다. 그래서 저마다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나 관심이 없는 사람이나 모두가 산청군민인 것이다. 나를 지지하면 산청군민이고 지지하지 않으면 다른 지역 사람인가? 어차피 14일 후에는 모두가 이웃으로 친구로 선후배로 돌아갈 사람들이다. 

 인구 3만4000의 산청군. 그렇지 않아도 심화되는 인구 이탈로 걱정스러운데 선거 때마다 진영을 나누고, 좁은 땅덩어리를 남북으로 나누고, 색깔로 나누고 이젠 이딴 짓 좀 안 하고 살아보자.

 생각 없이 말을 뱉고, 없는 얘기 만들어 음해하고, ‘카더라~’통신 남발하는 이런 어리석은 짓 좀 하지 말고 살자. 자고로 선비의 고장 산청은 엄연히 ‘경의사상(敬義思想)’이 살아있는 고장이다. 또한 민족의 명산 지리산이 품고 있는 이름다운 고장이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는 그저 말없이 지지를 보내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후보는 음해하지 말고 묵묵히 지켜보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이번 선거는 ‘공정’과 ‘상식’은 없어졌다. 그렇다고 ‘이성’과 ‘감성’마저 애써 무시해 버리면 다음 세대에게 우리가 보여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깨끗한 선거도 중요하겠지만 상식(常識)이 통하는 선거를 위해 후보자들이나 유권자들이 노력해야 한다. 이제 정치하는 자들은 주민들을 그만 이간질하면 좋겠다. 유권자들과도 확인되지 않은 뉴스에 냉정하게 대처해야 하며 남의 말 쉽게 하지 말아야 한다.

 아름다운 선거를 통해 주민 모두가 화합하는 모습은 정말 희망 사항일까?

 조금만 배려하자. 내가 먼저 손 내밀자. 정치는 후보들에게 맡기고 어제의 사랑하는 이웃으로 선후배의 모습을 회복하자. 줄서기 또는 줄 세우기 하지 말자. 그래봐야 알아주는 사람 없다. ‘몰라준다! 섭섭해’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일상으로 돌아가자. 그게 현명한 짓(?)이다.

 ‘함사사영(含沙射影)’에 대한 의미를 깊이 새기고 남을 해친다고 생각하면 나 또한 망가진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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