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차량’
지나온 발자취가
추억처럼 뚜벅뚜벅 굴러오고
강산을 휘잡던 화려한 날들
겨울 들판의 허수아비처럼
칼바람에 베인다
흙먼지 펄펄 날리며 달려온 인생
어느덧 성한 곳 없는
삐걱거리며 매연을 날리며
정비 공장을 드나들어 수명을 연명한다
번쩍거리는 외장에 최신 성능이었고
눈길 빗길에도 거침없는 청춘이었지만
가쁜 엔진 소리는 이제 멈추라 한다
반짝이던 초록의 추억은
희부연 황사 먼지처럼
가물가물하고
부릅 뜬 감시카메라눈을 피해야 하는 처지
인생은 유턴이 불가능한 일방통행이다
어서 오라는 폐차 공장 현수막이
을씨년스러운 찬 바람에 펄럭이는 저녁
◆ 시작노트
어느 겨울 자동차 검사장으로 가는 길두꺼운 외투에 구부정한 노인의 뒷모습에서 주류 세대에서 밀려난 씁쓸한 그림자를 봅니다.
18년 지기인 자가용과 처지가 비슷해 보였습니다.
갑작스럽게 날아온 친구 부친의 부고장을 받아 들듯 화려한 시절은 꿈인 듯 이별이 멀지 않음을 느낍니다.
사랑도 추억도 가슴에 묻어두고아끼는 애마가 폐차장을 향할 날이 되었습니다. 사람이나 자동차나 이별은 슬픕니다.
◆ 서경만 시인 약력
- 울산 거주
- 시사모, 한국디카시모임 회원
- 대한산악연맹 울산광역시 연맹학술정보위원회 위원
- 대한적십자사 산악안전법 강사
- 산림청 숲길체험 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