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록위마(指鹿爲馬)

  • 입력 2022.07.25 12:12
  • 기자명 /문동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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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동주 기자
▲ 문동주 기자

 유래를 살펴보면 진(秦)나라 시황제를 섬기던 환관에 조고(趙高)란 악당이 있었다. 조고는 시황제가 죽자 유조(遺詔)를 위조해 태자 부소(扶蘇)를 죽이고 어리고 어리석은 호해(胡亥)를 내세워 황제로 옹립했다. 호해(胡亥)를 온갖 환락 속에 빠뜨려 정신을 못 차리게 한 다음 교묘한 술책으로 승상 이사(李斯)를 비롯한 원로 중신들을 처치하고 자기가 승상이 돼 조정을 완전히 한 손에 틀어쥐었다. ‘이제 내 세상이다.’

 지난 문 정부 때 25살 청와대 청년비서관이 채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에 뜨거운 감자로 대두된 사건이 있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시 야당 의원이 “청와대 인사가 공정하냐”는 질문에 한 장관은 “인사권자인 대통령께서 하신 것이라 제가 뭐라 말씀드리는게 적절치 않다”고 말한 사건을 회자해 보자. 

 그러면 지금 정부에는 그런 문제가 없는가?

 천만에, 지난 윤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1000만원 후원금 내고 청와대 9급 행정 요원으로 채용됐다는 의혹이 있어 논란이다.

 더 가관은 “7급으로 채용될 줄 알았는데 9급 최저시급이다”, “내가 추천했고 어릴 때부터 잘 알아서, 능력이 있다” 등의 말이다.

 그 능력의 기준은 무엇이고 어떤 능력인지, 능력 있으면 ‘아빠 찬스’를 쓰나, 그 말 자체가 모순 아닌가?

 대학을 졸업하고, 군 제대하고 8·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서 5급 사무관까지 20년에서 25년 걸린다.

 며칠 전에 창원시 공무원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했다.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인사’와 ‘외부세력 개입설’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사실이든 아니든 문제를 제기했다면, 인사원칙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구심을 갖게 한 시장에게 책임 있다고 본다.

 임명직 인사가 시 공무원들에게는 초미에 관심사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중에 ‘위생어렴(威生於廉), 신유어충(信由於忠)’이라했다. 그 뜻은 ‘위엄은 청렴에서 생기고, 신의는 충심에서 나온다’. 

 즉 사적인 도덕성은 법적 공공성을 파괴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스스로 공신이라 생각하는 자(者)가 많겠지만 본분을 잊고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하면, 주변으로부터 손가락질 받을 것이고, 임명권자에게 더 추한 누를 끼치는 경우가 될 수 있다.

 공성신퇴(功成身退)는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의 유래하는 이야기로 ‘금은보화가 집에 넘쳐나 그것은 지키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일인데, 부귀해지려는 마음에 교만해 욕심을 부리는 것은 스스로에게 화를 부르는 것이다. 공을 이루면 몸소 물러나 있는 것이 하늘의 도이다’고 했다.

 더 나아가 마음을 비우고 자각하지 않으면 독배를 마시고 허물만 남게 될 수도 있고, 사회의 여론을 무시하면, 오점만 남게 될 수도 있다.

 법과 도덕은 같은 근원에 있고, 대립되는 것은 공존하는 것이고, 근본이 바탕이 되고, 권력은 드러내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이고, ‘산 것은 부드럽고 죽은 것은 꼿꼿(뻣뻣)하다’고 했다.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휘두르는 경우를 말하는데, ‘고의적으로 옳고 그름을 섞고 바꾼다’로 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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