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조용한 마을 현동, 20년 새 인구 5.2배 증가 비결은?

조선시대판 사람 살기 좋은 풍수·경제·인심·자연 4가지 모두 충족
2024년 1만7000여 명 예상
자생적 주민자치 플랫폼도 인구유입 ‘한 몫’

  • 입력 2022.08.18 18:32
  • 수정 2022.08.18 18:34
  • 기자명 /문동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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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동 우산천 산책로는 주민들의 휴식공간이면서 2급 멸종위기 동물인 담비와 수달도 함께하는 사람과 동식물의 공동쉼터이다.
▲ 현동 우산천 산책로는 주민들의 휴식공간이면서 2급 멸종위기 동물인 담비와 수달도 함께하는 사람과 동식물의 공동쉼터이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조선시대판 사람이 살기 좋은 조건으로 풍수와 경제, 인심 그리고 자연 등 네 가지가 언급돼 있다. 

 여기 네 가지 조건을 갖춘 지역이 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인구 2700명에 불과했지만 20년 사이 인구가 5.2배 증가한 창원특례시 마산합포구 현동이 바로 그러한데, 특히 자녀를 둔 젊은 층 중심으로 인구가 많이 유입되고 있어 배경이 궁금하다.

 4살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주민은 “자녀 키우기 좋다고 해서 지난해 이사를 왔다”며 “구마산권 어느 곳을 가도 도심기능을 잘 유지하면서 자연환경이 좋은 곳은 찾기 힘들었는데, 현동은 두 가지 모두 균형이 잡혀있어 살기가 좋다”며 동네자랑에 열을 올렸다.

 또 “주민자치나 현동닷컴과 같은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어 지역문제도 주민 스스로 해결하려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통상적으로 일자리나 교육, 교통, 편의시설 등 생활 인프라가 개선되면 인구가 증가하는데, 시각을 조금 달리해 위 언급된 풍수, 경제, 인심, 자연 등 네가지 관점에서 조용한 근교지역 현동의 인구유입 배경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풍수 - 산과 강을 낀 배산임수 형태

 

 우선 현동은 구마산시내에서 밤밭고개를 넘어가면 나오는 곳으로 지리적으로 청량산을 등지고 우산천을 내려다보는 전형적인 배산 임수터다.

 입지적으로도 창원 서부권 관문지역답게 교통접근성이 좋아 인근지역으로 경제활동 연계에도 용이한 지역이다.

 특히 서부경남에서 창원도심 진입관문인 현동교차로와 동부경남지역인 진해와 부산으로 이어지는 마창대교가 있어 주요 도심으로 이동이 편리하다.

 현재는 도시화가 된 지역 가운데를 중심으로 8개의 자연부락이 에워싸고 있어 각종 생활편의 시설물 이용에도 접근성이 좋아 도시성장과 확장성에도 유리한 이점이 있다.

경제 - 개발·환경 균형잡힌 도시화 디자인

 

 지난 2013년 현동보금자리주택지구 조성으로 현동은 창원 서부권 관문지역으로 주목받게 된다. 

 과거에는 전체 면적의 90%가 그린벨트 지역이었나 현동보금자리주택지구 조성에 따라 그린벨트가 해제되면서 본격 도시개발이 시작됐다.

 도시개발이 진행되면서 도농복합도시 형태를 띄게 된 현동은 과도한 도시화보다 개발과 환경의 균형을 잘 지켜 정주환경의 밸런스가 잘 잡혀있다. 그래서 도시를 둘러보면 구도심과 다르게 녹화 비율이 매우 높고 공원이 상당 정비돼 있다.

 특히, 현동 근린공원 내 어린이 물놀이장과 바닥분수, 도심 속 유수지, 도심을 가르는 7.5㎞ 규모의 우산천은 이 지역의 자랑이다. 현동 우산천 산책로는 주민들의 휴식공간이면서 2급 멸종위기 동물인 담비와 수달도 이용하고 있어 사람과 동식물의 공동쉼터로 관리되고 있다. 

 

인심 - 활동 왕성한 자생적 주민자치 플랫폼

 현동에는 지역의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자치 플랫폼도 잘 갖춰져 있다.

 다양한 계층과 연령층이 위원으로 있는 주민자치회와 온라인 커뮤니티인 현동닷컴, 산수유 마을관리소 등은 지역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려는 대표적인 현동 자치 플랫폼이다.

 약 1.3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현동을 사랑하는 모임 ‘현동닷컴’은 지역의 소소한 문제부터 현안까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두루 의견이 교환되는 정책 아고라 같은 장소 역할도 하고 있다.

 현동예곡마을에는 창원 최초로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같은 산수유 마을관리소가 있다. 마을관리소 역시 온전히 주민들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마을의 주택 유지, 보수지원, 방역지원, 공구대여 등 생활 밀착 서비스를 지역에 제공한다.

 

자연 - 1년 내내 꽃 향기 가득한 도시

 현동은 국화 양묘장을 비롯해 산수유나무와 동백나무가 많아 1년 내내 꽃향기 가득한 동네로도 유명하다.

 창원의 대표축제인 마산국화축제의 바탕이 되는 지역이 또한 이곳이다. 현동 묘촌마을에는 국화축제에 사용되는 양묘장이 있다. 국화축제에 사용되는 꽃은 농가와 계약재배를 하기도 하지만 대형 국화작품들은 상당수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현동의 남쪽으로 쭉 내려가면 작은 덕동 어촌마을이 나온다. 이곳은 봄이 되면 벚꽃나무와 동백나무가 2㎞에 걸쳐 완벽한 앙상블을 이뤄 입소문을 타고 상춘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덕동마을의 안쪽에는 사궁두미라는 곳이 있는데, 뱀이 활처럼 몸을 구부려 땅을 감싸 안고 있는 지형으로 특히 이곳 일출이 장관이라 겨울철 사진작가들의 출사지로 유명하다.

 마을 곳곳에 산수유 나무가 가득한 예곡마을에는 한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어 마을 앞으로 흐르는 우산천과 함께 도심 속에서 농촌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배기철 현동장은 “조용한 근교마을에서 서부권 관문도시까지 성장한 현동은 다른 도농복합도시와 다른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개발과 보존이 균형잡힌 도시디자인 속에 주민 스스로 커뮤니티를 구성해 지역문제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개선해 나가는 시스템은 이곳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이러한 장점이 새로운 인구유입을 가져오는 선순환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오는 2024년께는 1만7000명 규모의 도시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동은 도농복합도시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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