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욱 칼럼] 독처무자기(獨處無自欺)

승인2022.08.29l수정2022.08.3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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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종욱 편집국장.

 논어(論語)는 국가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족식(足食), 족병(足兵), 민신(民信)을 들고 있다. ‘족식은 경제력’이고 ‘족병은 국방력’이고 ‘민신은 사회적 신뢰’이다. 공자는 가장 마지막까지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을 ‘민신(民信)’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면 조직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신뢰는 ‘자신에게 얼마나 정직한가’에서부터 시작된다. 남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속이지 않는 것이 신뢰의 시작이다. ‘홀로 있을 때라도 나를 속이지 마라’라는 말은 조선의 선비들이 그토록 중요시했던 ‘독처무자기(獨處無自欺)’의 철학이다.

 조선 중종 때 문신이었던 정곡(靜谷) 임권(任權)선생은 홀로 있을 때 자신을 속이지 않는 독처무자기의 철학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세상 모든 사람을 다 속일 수 있어도 자신은 속일 수 없기에 나에게 정직한 게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 것이다.

 대학(大學)과 중용(中庸)도 ‘나를 속이지 않는 철학’을 신독(愼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홀로(獨)  있을 때를 삼가야(愼) 한다’라는 의미다.

 조선의 선비들이 어느 산속 깊은 곳 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거하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단단히 지키며 정직하고 당당하게 인생을 살아갔던 것은 바로 신독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도 유배 생활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이 무자기(無自欺)와 신독(愼獨)의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군자는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도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에 대한 신뢰와 믿음은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소인들은 남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온갖 불법을 저지른다. 남이 보고 감시하면 자신의 불법을 감추려고 애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법이다. 진실은 속일 수 없다. 평소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는 저절로 드러나게 돼 있다. 내 마음속이 진실이 되면 밖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군자의 삶은 남이 안 보는 곳에서 더 엄밀하고 삼간다.

 지난 26일 박완수 도지사는 경남도청 도정 회의실에서 도민이 공감하는 청렴·반부패 추진 방향을 공유하고 보다 내실 있는 반부패 상생 정책을 추진하고자 ‘2022년 경남도 청렴 사회 민관협의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 지사는 “도민들은 이제 금품 향응 등 전통적인 형태의 부패뿐만 아니라 공직자 개인의 이해관계가 결부된 사익 추구·공정한 직무수행 우려 상황 등도 새로운 부패 유형으로 인식해 높은 수준의 청렴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완전한 청렴 사회로 가기 위한 지름길은 사회지도층이 ‘나부터 청렴’을 실천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솔선수범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고 한다.

 지난 1월 경남도가 청렴도 평가에 이어 부패 방지 평가에서도 하위권의 초라한 성적을 받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부패 방지 시책평가’를 보면 경남도는 광역지자체 17곳 가운데 경북과 대구, 대전, 부산, 서울과 함께 하위권인 4등급을 받았다. 5등급을 받은 곳이 없어 사실상 꼴찌인 셈이다.

 부패 방지 시책평가는 각급 공공기관이 자율적으로 추진한 반부패 활동과 성과를 평가해 공공부문의 청렴 수준을 높이려는 제도로 국민권익위원회가 2002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해 12월 발표된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에서도 종합청렴도 4등급을 받았다. 외부청렴도는 꼴찌인 5등급을 받는 등 광역지자체 중 순위가 가장 낮았다.

 그래서 박 지사는 더 철저한 청렴성을 강조했나 보다. 박완수 도지사가 청렴 사회 민·관 협의회에 강조한 ‘개인의 철저한 청렴성’ 주장을 보면서 필자는 박 지사와 옛 선비들이 목숨처럼 여겼던 독처무자기(獨處無自欺)를 다시 한번 가슴속에 깊이 새기게 됐다.

 공직자를 비롯한 모든 구성원은 자칫 민원인들이 모를 수 있는 것들을 상호 간 알 수 있도록 현명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혼자만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행정만이 지금은 다소 불편하더라도 차후에는 조금씩 더 밝아지는 사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민원인에게 휘둘려서는 안 되겠지만 골치 아픈 민원들은 보듬으며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공복(公僕)인 것이다.

현명한 사람은 실패했을 때 이유를 찾고 어리석은 자는 변명거리를 찾는다고 한다. ‘나 자신을 속이지 마라(無自欺), 홀로 있을 때 더욱 삼가야 한다(愼獨). 신뢰가 없으면 존립이 불가능하다(無信不立)!’는 정신은 상호 간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작금의 상황을 보면서 몇 번이고 다짐해야 할 도덕적 신념이 돼야 할 것이라고 필자는 나 자신부터 다시 한번 점검하고 다짐해 본다.

 우리 전통 관료사회에 청렴도를 가르는 기준으로 사불삼거(四不三拒)라는 불문율(不文律)이 있었다. 4가지를 해서는 안 되고 3가지는 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렴을 덕목으로 삼았던 관료들은 ‘사불삼거’를 불문율로 삼았다고 한다. 고위공직자가 재임 중에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네 가지와 꼭 거절해야 할 세 가지를 압축한 말이다.

 사불(四不)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네 가지는 ▲부업을 하지 않을 것 ▲땅을 사지 않을 것 ▲집을 늘리지 않을 것 ▲재임지의 명산물을 먹지 않을 것이다. 또 삼거(三拒), 꼭 거절해야 할 세 가지는 ▲윗사람의 부당한 요구 거절 ▲청을 들어준 것에 대한 답례 거절 ▲경조사의 부조 거절이다. 물론 시대적 상황이 변해 공직자의 윤리관과 자세도 바뀌었겠지만 옛 날 선조들의 청렴한 생활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주기에는 충분하다.

 박완수 도정의 청렴도는 한낱 ‘공염불(空念佛)’에 치우쳐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관이 협력해야 한다 손바닥은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청렴성을 가지기 위해서 당신이 아니라 나 자신부터 청렴 의식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독처무자기(獨處無自欺)의 의미가 더 깊이 새겨지는 가을의 초입이다.

 

 

 

/노종욱기자  nju@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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