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욱의 세상만사] 시절인연(時節因緣)

  • 입력 2022.09.14 13:01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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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연(因緣)은 반드시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 한다. 불교용어로 많이 쓰이는 이 말의 뜻은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말이다. 

 풀이하면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날 인연은 반드시 만나게 되고, 피하려고 해도 만나게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우연히 만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적 공간적 연이 닿으면 만나게 되는 것으로 큰 틀에서 보면 ‘생자필멸 거자필반 회자정리(生者必滅 去者必返 會者定離)’와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불교 ‘법화경(法華經)’에 나오는 말로 ‘산 것은 반드시 죽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오며,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된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헤어질 때 ‘회자정리(會者定離)’란 말은 흔히들 사용한다. 그리고 그 이별이 아쉬워 거자필반(去者必返)이란 말로 아쉬움을 달래기도 한다. 다른 시각으로 ‘회자정리 거자필반’을 역(逆)으로 해석해 보면 ‘이별이 있으면 새로운 만남이 존재하는 것이고, 아무리 사랑한다 하더라도 그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 할 수는 없다’라는 말로 ‘많은 사람들이 이별을 두려워하지만 그 이별은 당연한 이치이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회자정리와 거자필반’은 만해(萬海) 한용운 님의‘님의 침묵’이라는 시에 잘 나타나 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진다.

 ‘님의 침묵’의 한 구절에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라고 그 의미를 잘 설명해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법상 스님이 엮은 ‘만남의 의미’라는 책 ‘시절인연’란 시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모든 만남은 내 안의 나와의 마주침이다. (중략) 모든 만남은 우리에게 삶의 성숙과 진화를 가져온다. 다만 그 만남에 담긴 의미를 올바로 보지 못하는 자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는 인연일 뿐이지만, 그 메시지를 볼 수 있고 소중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이에게 모든 만남은 영적인 성숙의 과정이요, 나아가 내 안의 나를 찾는 깨달음의 과정이기도 하다. 아직 존재의 본질에 어두워 만남 속에 담긴 의미를 찾지 못할지라도 그 만남을 온 존재로서 소중히 받아들일 수는 있다.(생략)’

 ‘인간’은 ‘관계’를 통해서 모든 것들이 형성된다. 그래서 ‘인간관계’란 말은 우리는 자주 사용한다. 사람들은 ‘관계’를 통해서 ‘희노애락’을 표현하기도 하고 ‘관계’를 통해서 비즈니스를 행(行)하기도 한다. 또한 사람들은 ‘환경’에 지배를 받기도 하며 ‘환경’에 의해서 삶이 변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모든 조건이기도 하다. 이제 2022년도 몇 달이 남지 않았다. 더 미루지 말고 지나온 시간을 후회도 하고 서운했거나 힘들었던 일들을 회자하면서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여 보자. 조금 서운했더라도 풀어버리자. 만남에는 헤어짐이 있는 것이고, 떠난 사람은 돌아오기 마련이다.

 경남도도 마찬가지로 올 한 해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차분히 지역주민들과의 관계에 대해 정리를 한번 해봐야 한다. 어쩌면 상호 간에 서운하기도 했을 것이고 고마워하기도 했을 것이다. 

 경남도의회도 마찬가지다. 행정은 어버이의 마음으로 주민들에 대한 ‘평안’을 챙겨야 할 것이며, 경남도와 도의회 또한 주민들을 부모의 마음으로 ‘안녕’에 대한 것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지역주민들은 행정과 주민대표들에 대한 ‘건강’을 기원해야 할 것이며, 그들이 건강한 사고와 육체로 내년에도 신명나는 행정과 정치를 펼치게 도와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건강한 ‘관계형성’이요, ‘상호 섬김’이라 할 수 있다.

 서운함은 상대에 대한 ‘신뢰’로, 아쉬움은 상대에 대한 ‘존중’으로 여기면 된다. 만남에는 반드시 헤어짐이 있다. 그리고 헤어짐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지만 헤어짐에 대한 그리움이 있기에 서로에 대한 사랑이 있는 것이다. 

 코로나를 이겨내며 처절한 삶을 사는 모두가 고생 많이 했고 수고 많이 했다. 서로가 사랑으로 격려하고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경남도가 되기를 간절한 마음에 사랑을 담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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