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 논단] 풍산개는 잘못이 없고 계절의 순리는 그 법칙을 어기지 않았다

  • 입력 2022.11.10 17:44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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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문득, 새벽잠에서 깨어 아직도 여유로운 달빛을 보았다. 계절의 시계는 24절기 중 열아홉 번째인 입동의 시간을 지나 공정과 상식을 바라던 간절함의 시간도 어느덧 여름과 가을을 넘어 겨울 속으로 접어들었다.

 계절의 순환은 언제나 대자연의 섭리였지 미천한 인간의 몫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 내는 시간이기도 하다.

 정권이 바뀌면 달라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참고 견디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세월은 우리 스스로 아직은 만추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새로움을 골목골목 흩어놓고 있다.

 기다리는 가을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세상은 그래도 낙엽 지고 단풍으로 물들었다. 어둡고 쾌쾌한 냄새 진동하는 볼썽사나운 터널을 지나오느라 국민들의 두 눈만 시뻘겋게 충혈돼가고 있다.

 정치하라고 보내놓으면 모두가 개가 되는 세상이니 답답함은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하다하다 싸울게 없으니 이번에는 진짜 개를 두고 난리들이다. 

 알다시피 지난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풍산개 두 마리를 받아 sns를 통해 홍보성 글과 사진을 종종 싣기도 했다.

 그러다 느닷없이 키울 근거와 감사원의 감사 논란을 제기하며 키우던 개의 반환을 거론하자 여야의 입들이 거친 정쟁으로 치닫고 있어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다시 허망함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생명이 있는 동물을 두고 돈과 권력에 의해 가족이 바뀔 수도 있겠구나 싶은 안타까움에 대한 배반의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입양은 진열대에 있는 물건을 골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교환이나 반품할 수 있는 형태의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만 알고 또 다른 누군가는 모른다는 사실이 가슴앓이다. 

 싸움은 싸움같이 해야 하고 싸울 일이 아닌 것을 두고 싸우는 행위는 치졸해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날마다 오르는 대출 금리와 그칠 줄 모르는 물가로 서민들의 한숨만 늘어나는 시절, 그런 국민들의 심장에도 단풍처럼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이는 만추의 하늘이 찾아갔으면 좋겠다. 

 홀로 산책하며 가을낙엽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정치는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이며 누가 괜찮아 보이는가? 돌아오는 대답이 너무 쉬웠다. 누구는 괜찮고 누구는 아니다가 아니라 전부가 수준이하로 보인다는 답을 한다. 

 국민의 의식은 질적 향상이 엄청나게 진보했고 척박했던 80년대의 정치나 투쟁보다 지금의 정치가나 투쟁가는 더 후퇴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는 괜찮고 누구는 아니라고 주장할 가치조차 소멸되진 느낌이 정답인지도 모른다. 무너지는 억장에서 화를 억누르려는 소리가 들린다.

 말 못하는 짐승의 가슴에 고통을 안기는 정치라면 국민의 가슴에도 고통을 전가할 수 있는 정치인일 것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풍산개의 안녕을 국민은 바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쌓여가는 낙엽 위로 별빛이 흩어진다. 금융, 외환, 물가, 대북문제, 챙겨야 할 문제들은 널려 있고 공정과 상식을 기다리는 국민의 마음은 아직도 처량함 가득하다.

 어쩌면 단군 이래 가장 버거운 진영의 대립으로 끝 모를 양당정치의 불운 속에 우리 삶이 찌들어 가는 건 아닌지?

 회한 속에서 우는 기러기가 사라지고 풀벌레 소리도 예전만은 못하다. 힘들다, 힘들다, 하지만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가슴에, 살림살이를 걱정하는 우리 서민들의 그 가슴으로 그래도 단풍은 물들고 계절의 순리는 그 법칙을 지키며 찾아오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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