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호 칼럼] 가진 자들이여 자숙을…

  • 입력 2022.12.11 11:15
  • 수정 2022.12.11 11:16
  • 기자명 /배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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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성호 본지 전무 이사
▲ 배성호 본지 전무 이사

 지난 2020년 초 발발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저소득 계층의 수익은 줄고, 고소득 계층의 수익은 늘었다.

 특히, 식품류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체감물가는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다.

 또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통계청이 발표한 ‘코로나19가 발생한 첫해부터 올해 2/4분기까지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63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반면, 상위 20%에 속하는 소득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39만 7000원으로 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의 일부 부자들은 ‘나만 잘 살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으로 살아가 돈의 흐름이 바르지 못한 것 같다.

 이런 사회는 사치와 낭비, 퇴폐, 향락으로 병들기 마련이다.

 외국여행을 많이 한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한국만큼 살기 좋은 나라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돈의 위력이 대단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돈으로 권력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고, 명예와 부귀를 살수 있는 게 오늘날의 한국 사회다.

 돈 앞에 모든 인간이 비겁하도록 간사하고, 인격도 던져 버리기를 서슴지 않는다.

 돈이 앞장서 진군해 가면 굳게 닫혔던 교도소 철문도 열리고, 손목에 채워진 수갑도 벗겨진다.

 돈 앞에서는 높은 산도 무너져 내리고 바다가 육지로 변해버린다.

 돈의 괴력이 작용하면 악마가 천사로 둔갑하고 사기꾼이 기업체 사장으로 버젓이 행세한다.

 그래서 돈의 힘은 무소불위의 권능을 갖고 있다.

 허리띠 졸라매고 춘궁기를 걱정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이나, 어느새 우리들은 스스로 좌표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병이 들어도 중병이 든 꼴이다.

 아직도 사람들은 순간적인 쾌락에 중독돼 있고, 농촌지역에도 외국인 여성을 고용한 안마시술소 등 불법 퇴폐업소(?)가 증가하고 있다.

 한 사회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사회악에 고민한다면 그 사회는 끝장난 사회나 다름없을 것이다.

 척박한 땅에서 양식을 겨우 마련하던 일부 사람들이 주위의 땅값 폭등으로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산업화·도시화가 쓸모없던 땅을 금싸라기로 만들어 일순간에 부자가 된 졸부들은 자신의 사회적 열등감을 돈으로 만회하려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최고의 아파트를 구입하고, 외제 승용차, 고급 응접세트 등 수천만원 짜리 물건을 닥치는 대로 사들인다.

 우리는 지난 1970·80·90년대를 서둘러 달려오면서도 무엇 때문에 이렇게 숨 가쁘게 달려왔는지 잘 모른다.

 그러는 과정에서 절제와 검소의 미덕을 잃어버리고 말았으며, 우리 마음속은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도 사치와 낭비로 병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마저 까마득히 잊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한국의 고도성장에는 바로 근로자들의 땀과 절약 생활이 밑거름이 됐으나, 최근 들어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들은 매출 감소로 생계를 걱정하고 있으나, 우리 사회 상류층이 이용하는 골프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우리의 선대(先代)들은 돈에 대해서는 초연했다.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라’던 옛 선비들의 충고가 무색해져버린 요즘 세상이다.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쓰든 정승같이 벌어 개같이 쓰든 남의 일에 무슨 참견이냐?”라고 따진다면 사실 할 말도 없다.

 하지만 가진 자들이 마치 중동의 석유 귀공자처럼 돈을 어떻게 주체해야 될지 모르는 졸부같이 사치와 낭비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올 들어 지방자치단체들도 각종 행사를 경쟁적으로 개최,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을 잊어버린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내년 초까지는 코로나19 등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허리띠 졸라매고 근검·절약을 생활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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