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온갖 희비를 간직한 채 2022년은 영원한 과거 속으로 묻혔다.
그러나 한 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연초에 세운 계획 대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려 만족해 하나, 불만과 아쉬움에 착잡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지난해는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무의미한(?) 우크라이나 전쟁 등 우리에게 엄청난 역사적 교훈을 안겨준 해이기도 했다.
끝없는 대립과 갈등, 희망과 좌절, 어둠과 빛을 동시에 안겨다 준 분명 뜨거운 한 해였던 것 같다.
영원한 물과 기름으로 통했던 미국과 중국의 대통령이 힘겨루기(?)를 하는 등 나라 안팎에서 소용돌이친 역사의 변화는 격동기라고 불러도 충분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고통 속에서도 민족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하고 번영을 구가했던 한 해였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지난 역사를 은폐, 축소,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바탕에 둔 구체적인 사실 증언일 것이다.
그것만이 얼룩진 과거를 청산하는 길이다.
지난 70·80년대 산업화·도시화로 척박한 땅에서 양식을 마련하던 일부 사람들이 주위의 땅값 폭등으로 하루아침에 거부가 되자 이들은 자신의 사회적 열등감을 돈으로 만회하기 위해 최고급 아파트를 구입하고, 외제 승용차, 고급 응접세트 등 값비싼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반영되는 과소비 현상에는 또 다른 원인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재화는 무조건 질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마구잡이식으로 소비하는 과소비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 휘발유 가격은 한시적으로 인하되고 있으나, 오일쇼크를 예고하는 불길한 징조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원유 가격에 따라 경제 성장률이 달라지고, 무역수지 적자의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원유 가격에 따라 아시아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므로 고유가 시대에 대비해 국민과 기업, 정부는 과소비를 억제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몇 년 전 모 신문에서 ‘한 해 호주와 뉴질랜드에 5만여 명이 다녀와 여행비와 잡비 등 10조원 이상을 소비한다’는 기사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난 3년여 간의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크게 줄었으나 한 해 동안 유럽, 미국, 일본, 동남아 등 총 해외여행의 경비는 과연 얼마나 됐을까?
아직도 외국여행은 부의 상징으로, ‘농촌의 노인들도 외국 3~4개국은 의무적으로 다녀와야 남들과의 이야기에 끼일 수 있다’는 유행어가 나돌 정도로 해외여행은 우리 생활의 필수 조건이 됐기에, 코로나19가 하루속히 끝나 해외여행의 자유화를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해엔 척박한 땅에서 양식을 마련하던 지난날을 생각해 돈을 쓰는 것보다 아끼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남에게 돋보이고 한 번 뽐내고 싶어서 행하는 ‘과소비’는 우리들의 사전에서 지워야 할 것이다.
또한 1억원을 가진 사람이 빚을 내 2억원짜리 아파트에 살기보다는 8000만원짜리에 살면서 2000만원을 저축하는 알뜰한 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새해의 생활지표를 근검과 절약으로 정하고 ‘가계빚 1800조 돌파!’란 단어가 시급히 사라지도록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이다.
“생활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슬퍼하거나 노(怒)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과거는 언제나 아름다운 것...”이라는 푸시긴의 시구(時句)처럼 생활이 우리를 속이더라도 결코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말자.
과거에 대한 추억이나 미련보다는 현재에 충실하고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자. 미움과 질시, 반목과 불신을 이제 ‘망각’이란 강물에 던져버리자.
서로가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하며 다가온 새해의 번영을 기약하고 밝은 역사를 창조하는 데 동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