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을 맞다’
눈 내리는 서울역 광장
마지막 계단을 내려딛는 순간
얼얼하게 뺨을 맞았다
여자는 웃으며 달아나고
내 눈은 무섭게 그 뒤를 쫓았다
뒤돌아 다시 달려오는 여자
정신이 번쩍 났다
헝클어진 머리칼
여자의 잘못이 아니다
낯선 남자가 여자를 끌고 가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흐린 하늘은 내가 여자를 보듯
노려본다
세상을 고요하게 걷지 못한 죄
잊고 있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밤
잘못 살아온 대가로
미친 여자의 손을 빌려
단죄받았다
◆ 시작노트
살다 보면 황당한 일로 상처받을 때가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 안에 원인이 있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잘못을 깨닫는 순간, 마음은 평화로워진다.
사는 일이 모두 죄를 짓는 일이라지만, 새해는 복을 짓는 일부터 실천해야겠다.
◆ 박주영 시인 약력
- 시사모,한국디카시인모임 동인
- 2020년 ‘뉴스N제주’ 신춘문예 디카시 당선
- 디카시집 ‘돋아라, 싹’
- 동인지 ‘고흐가 귀를 자른 이유’ 외 다수 공저
- 제1회 한국디카시학 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