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호 칼럼]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 입력 2023.02.12 11:44
  • 수정 2023.02.12 19:05
  • 기자명 /배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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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성호 본지 전무 이사
▲ 배성호 본지 전무 이사

 요즘 우리 사회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의 사법리스크(검찰에 의해 기소돼 기나긴 법정 싸움을 해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를 두고 온갖 유언비어가 나돌아 벌집 쑤셔놓은 듯하다.

 성남 FC 후원금 의혹과 대장동 사건 등을 비롯 쌍방울 그룹 금고지기 김모 씨가 지난 11일 송환되는 등 이 대표 사법리스크는 발등에 떨어진 불로, 민주당의 대응에 따라 당의 향로가 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이 대표 관련 수사 서울중앙지검·수원지검 8개부(검사 60명)’라는 제목으로 검사 16명의 실명과 사진을 실은 웹자보를 제작하는 등 검찰의 ‘야당 탄압’을 부각시키는 모양새다.

 하지만 비이재명(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들은 ‘이 대표 이후’를 내다본다는 시각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내년 총선 등 물밑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의 우리 사회를 눈 크게 뜨고 한 번 둘러보자.

 우리의 경우 민주주의에 대한 역사가 짧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패의 역사’를 발전적 교훈으로 끌어내는 데는 아직도 인색하고 서툰 것 같다.

 지금 지난 정부의 잘못을 들춰내고 적폐 청산 등을 부르짖는 이유도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고 발전적 계기로 삼자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처해 있는 과거의 청산 작업은 발전적 계기가 되기는커녕 감정적이고 보복적인 인상이 짙어 역사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또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혼란 상황도 역사적 과오에 대한 청산 의지는 강하나, 반성이 없으며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권위주의적 사고와 행위가 남아있는 듯해 아쉬울 뿐이다.

 청산했어야 할 과거를 청산하지 못한 과오 때문에 지난날 우리의 역사 유산은 부정적 요소가 더 많고 정통성이 결여돼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추구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정치도구화한 악법을 청산하고, 기득권 옹호의 장치로 이용된 비민주적, 독재적 사고방식을 혁신하려는 의지를 보일 때만이 정통성이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우리 주변엔 민주화시대에 걸맞지 않은 탄압 법규나 억압 장치 등 비민주적 요소가 많이 남아 있다.

 얼마 동안 민주화로 가는 듯하더니 요즘 들어 역사의 시계가 뒤로 가는 듯한 인상마저 든다.

 물론, 과거를 계속 거론한다는 것은 역사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얘기가 전혀 틀린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를 자꾸 거론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가능한 한 빨리 청산해 과거로부터 해방돼야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과거’라는 족쇄를 채워놓고 미래를 향해서 뛰라는 주문은 무리하기 때문이다.

 고로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만큼 청산이 되고 개혁이 이뤄져야 정부를 믿고 따를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필자는 국민이 정부를 믿고 따를 수 있는 초등학교 때 배운 이야기 한 토막을 또다시 해본다.

 어미닭(정부)이 병아리(국민)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기르는 지혜(?)를 떠올려 본다.

 병아리가 어미닭의 품 안에서 부화되면 병아리는 어미닭의 사랑이 체온으로 전해져 충분한 태교를 받는다.

 부화된 후에도 어미닭은 병아리를 데리고 다니면서 먹고 마시는 법과 개, 고양이 등의 침입에 대한 자기보호법을 가르친다.

 만일 개나 고양이가 덤비면 어미닭은 필사적으로 싸워 보호하는 강한 애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병아리가 어느 정도 자라고 나면 어미닭의 태도는 달라지고 냉정해진다.

 병아리가 어미닭의 정을 못 잊어 따라오면 부리로 쪼아 쫓아버린다.

 또 병아리들끼리 싸우면 모두 부리로 쪼아 벌을 주기도 한다.

 어미닭이 사랑으로 병아리가 자생력을 갖게 하는 지혜는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남겨줄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도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적폐 청산과 개혁을 확실하게 추진해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도록 하고, ‘살고 싶은 나라, 살맛 나는 나라, 외국인도 이민 오고 싶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길 간곡히 바란다.

 여·야 국회의원님들! 필자가 말하는 어미닭의 지혜(?)를 잊지 마시고,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실현 가능한 과거 청산작업에 임해 주시기를 두 손 모아 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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