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욱의 세상만사] 기록되는 것만 역사인가? 기록되지 않는 것은?

  • 입력 2023.03.02 11:37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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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종욱 편집국장
▲ 노종욱 편집국장

 동호지필(董狐之筆)이란 ‘사실을 숨기지 아니하고 그대로 쓴다’는 말로, ‘권세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직한 기록. 동호의 붓’이라는 뜻으로 ‘기록을 담당한 자가 주위 사람들이나 권력을 의식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바르게 써서 남기는 것’을 말한다.

 춘추 시대 진(晉)나라 임금 영공(靈公)은 포악하고 무도하기로 이름이 높았다.

 정경(正卿) 조순(趙盾)은 임금의 그런 행태가 몹시 걱정됐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좋은 말로 충고하고 바른 정사를 펴도록 호소했는데, 그것이 도리어 왕의 미움을 사는 빌미가 되고 말았다.

 앙심을 품은 영공은 조순을 죽이려고 자객을 보냈다. 그러나 자객은 가까이에서 조순을 본 순간 그 고아한 풍모와 따뜻한 인품에 감명을 받아 감히 어쩌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그래도 조순에 대한 미움을 털어버리지 못한 영공은 도부수를 매복시킨 술자리에 조순을 불러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곳으로 향하던 조순은 호위병 하나가 함정을 알아차리고 귀띔하는 바람에 그 길로 모든 것을 팽개치고 줄행랑을 놨다.

 그 사실을 안 영공은 대노(大怒)해 추격대를 풀어놨지만, 조순의 덕망이 워낙 높은 터여서 오히려 군병들의 음성적인 묵인과 보호 아래 국경으로 달아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떤 악행도 끝이 있는 법이다.

 불의 무도한 영공은 조천(趙穿)이라는 의기 있는 사나이의 손에 시해되고 말았다.

 국경을 막 넘으려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조순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급히 도성으로 되돌아왔다.

 그런데, 사관(史官)인 동호(董狐)가 공식 기록에다 이렇게 적었다.

 ‘조순, 군주를 죽게 하다.’

 조순으로서는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새파래져서 동호에게 자기의 무고함을 주장했고, 다른 사람들 역시 그것은 얼토당토않는 소리라고 동호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동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이렇게 반박했다.

 “물론 상공께서는 임금을 직접 시해하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벌어졌을 때 국내에 있었고, 조정에 돌아와서는 범인을 처벌하려고 하지도 않았잖습니까? 국가 대임을 맡은 대신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직무를 하지 않았으니, 그것이 직접 시해와 무엇이 다르다는 것이지요?”

 그 날카로운 지적에 조순도 할 말이 없었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

 익숙하기에 쉬이 흘려보낼 수 있는 말이지만 이 말은 깊이 생각이 필요한 말이다.

 삶의 말미에서 사람은 회한(悔恨)에 빠진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주변을 정리하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 보지 않나 싶다.

 사람은 자기 언행에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러질 못하는 사람이 많다.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르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아니면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이름을 가지게 된다.

 그 이름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자기 이름에 책임을 져야 한다.

 다르게 얘기하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신의 모습에 책임을 져야 하고, 또한 주변에 책임을 져야 한다.

 세상은 그다지 녹록하지 만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주위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것이다.

 역사는 기록돼 후세에게 전해진다.

 자신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기록되면서 역사로 쓰이는 것이다.

 오늘 하루의 삶이 기록된다면 그것은 역사인 것이다. 그 역사를 토대로 미래는 준비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록되지 않는 것은 역사가 아닐까? 그래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정직하고 더 진실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바르고 정직하게 기록돼야 한다. 미화(美化)되고 포장돼서는 안 된다. 언행 하나하나에 진실이 담겨야 한다.

 3·1절이, 개천절이, 한글날이 우리에게 역사이듯 오늘 하루를 진실되게 살았다면 그것 또한 나에게 기념비적인 역사로 남을 것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같은 환경도 180도 달라진다.

 남들이 뭐라 하든지 정직하게 당신의 길을 가라. 간절히 바라지만 말고 행동하고 실천하라.

 막연히 미래를 허망하게 쫓지 말고, 지금 살아가는 현재에 충실해라.

 미움을 받을 용기와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할 용기 그리고 거절당할 용기마저 길러라. 그러고 나서 또 진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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