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 논단] 경남 도민의 가슴에 봄은 와 있는가?

  • 입력 2023.03.14 11:53
  • 수정 2023.03.14 18:56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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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이현수 논설위원
▲ 본지 이현수 논설위원

 주말 심어놓은 묘목에 생명수와도 같은 비가 내렸습니다.

 뿌연 먼지가 하루 종일 어지럽게 흩어져 봄날을 갈기갈기 찢어놨습니다.

 어디서부터 흘러왔던 봄비인지 생명을 가진 모든 자연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부드러운 수액으로 대지의 혈관 깊숙이 그리고 끊임없이 파고들게 합니다.

 비가 내리고 봄바람이 부는 것도 살아있는 우주의 힘이 있기 때문이듯 사람의 마음에 도는 봄바람도 인간이 죽지 않고 살아 있기에 가능한 호흡일지도 모릅니다.

 흐름의 변화, 거부할 수 없는 변화를 거치며 삶도 발전하고, 스스로 강해지는 게 인간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민심에 의해 정권이 바뀌고 또다시 바뀌고를 반복했고, 그 과정에 우리 도에서도 민심과는 상반된 지자체장들의 행보가 보입니다.

 선거를 통해 새로운 인물을 뽑고, 그들에게 기대를 걸었던 도민의 마음이 돌아서는 것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망감이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문제를 재판으로 지켜보고 또 그 결과에 대한 실망과 배반의 마음이 크다는 것도 우리는 잘 압니다.

 창녕이 그랬고 거창이 그랬고 의령이 그랬습니다.

 경남 수부 도시 창원시장이 재판을 진행 중이라는 것 또한 시민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공천에 대한 책임부터 모든 문제의 고리는 정당 공천 책임자의 문제이기 이전에 우리 인간 모두에게 있습니다.

 비리와 부정, 도덕적 가치관의 회의에 따른 반복적 사고에 대한 실망은 도민의 몫으로만 돌리기엔 너무 무책임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들의 문제는 그들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라 생각됩니다.

 법적 책임을 묻기 이전에 도민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먼저 지는 게 맞다는 생각입니다.

 긴 경제적 불황까지, 음이 있으면 양이 있고, 작용이 있으면 그에 반하는 반작용이 있듯, 둘 중 하나도 충족하지 못하는 현재의 정치권이 져야 할 책임 또한 크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인식해야 할 때이기도 합니다.

 지역과 사회, 이 모두는 추상적 의미라고 합니다. 공무원, 기업인, 그리고 일반 대중, 다수의 도민까지. 나 스스로 가진 의식을 변화시키지 않고서는 사회적인 변화와 발전적 가치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선거가 끝난지 오래지만 문제만 늘어져 있고, 모든 잘못은 현재의 내가 아니라 과거에도 그래 왔다는 관행으로 돌리기엔 도민이 느끼는 배신감은 점점 커져만 갑니다.

 언론을 통해 들리는 상상 불가한 일을 바라보는 도민은 일하라고 선출한 그들에게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중앙에서 그들이 무얼 했건 그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역 인재보다 못한 그들을 공천한 공심위는 그들이 치른 선거에 대한 문제를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요?

 경남 도민의 가치는 어디에 두고 있는가? 정녕 경남 도민의 가슴에 봄은 와 있는가?

 몇몇 선출직 공직자의 부조리에 우리 도 전체 공직자의 본분까지 들먹이게 하는 것은 너무 웃기는 이야기 같습니다.

 더 이상 비리 정치인에게는 밥도 팔지 말고 커피도 주지 말고 인사도 건네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시장이고 군수고 모든 선출직 공직자의 선거 이전과 이후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국민을 섬기는 정치인을 여태 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오는 계절입니다.

 스스로 걸어온 걸음들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합천 산불에 하동 산불까지 겹쳐 산불 진화 지휘에 며칠을 밤새운 고위 공직자(도지사, 행정부지사)도 있습니다.

 그들의 노고, 희생, 책임 있는 자세를 배우고, 법적 책임을 재판 결과로 말하기 이전에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공직자로 재탄생하는 봄이기를 도민은 바라고 있음을 인지했으면 좋겠습니다.

 도민의 가슴에 진정한 봄을 선물하는 것은 신뢰와 도덕성 회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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