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논단] 마산문학관 거듭나야 한다

  • 입력 2006.04.11 00:00
  • 기자명 심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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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 문제를 두고 내홍을 앓고 있던 문학관이 보수문단의 뜻과는 달리 ‘마산문학관’이란 간판을 건지도 6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대지 3,358평에 건축면적 96평으로 지은 마산문학관은 전시공간 43평이다. 마산문학관이라는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전시공간이 너무 왜소하다는 것을 먼저 느낄 수 있다.
좁은 전시실에다 권한 시인을 비롯한 이은상 정진업 김수돈 김춘수 천상병 등 22명의 작고 문인만 전시하였다. 현대문학이 제외된 「작고문학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마산지역에서 형성된 문학의 지류(이즘)은 없지만 한국전쟁 기간 중에 한국의 대표 문인들이 거쳐간 영향을 받아 지역문학인들도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
이들의 문학과 문학성을 재조명하는데 탓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마산문학관이라는 이름 아래 마산의 현대문학이 없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한 타 지역의 예를 보면 문학관 관리와 운영은 그 지역 문학단체에서 하고 있다. 그래야 명실공히 그 지역문학의 활성화가 전개될 것이다. 그런데도 마산시와 창원시 등 경남에서는 문학관이나 도서관과 기타 문화예술관을 지으면 책임자를 공무원으로 내세우고 있다
마산문학관도 예외는 아니어서 책임자는 시청공무원이며 그 밑에 학예사란 직책으로 민간인 한명을 두고 있다.
기왕에 펼친 마당이니까 마산시에서는 마산문학관 인근의 부지를 확보하여 누가봐도 그럴싸하다 할 수 있는 규모의 문학관을 개·층축해야 할 것이다.
전체 마산시민의 정서와 이미지에 걸맞는 문학관을 짓자는 것이다.
가타부타할 것 없이 그 운영과 사업주체를 지역 문인협회에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문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공무원이 문학관 운영을 주도하는 것은 아무래도 사리에 어긋나는 것 같다
민족문학의 활성화를 다지고 우리 지역문학이 세계문학의 중심지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마산시와 경남도 등에서 많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학도 투자 없이는 좋은 과실만 기대해서는 안된다. 수요가 아무리 창출되더라도 공급을 하지 못하면 그 사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질좋은 상품을 공급하자면 자본이 소요되는 것이다.
마산문학관에서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개관 6개월 동안 많은 사업을 해오고 있다. 물론 그 사업이 많은 시민과 문학인의 구미에 합당했는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우선 개관기념특별전으로 작년 10월 28일부터 올해 1월 28일까지 ‘정진업 유품전’을 열었다. 정진업 시인은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부산일보 문화부장을 지냈던 분이다.
2월1일부터 4월 30일까지는 마산지역 초중고등학교 ‘교가·교지 모음전’을 가졌다.
교가의 작사나 작곡에 유명한 시인과 작곡가가 많았는데 이것은 마산이 피난지였던 것임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한편 자료집으로 ‘문향마산 문학인’을 2월 28일자로 발행하고 있다. 작고 문인들의 자료집을 정리해서 펴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기왕에 시작한 사업이니 누가 봐도 마산시민의 자긍심을 그대로 살리는 문학관으로 확장하여 명실공히 마산문학의 현주소로 거듭나는 ‘마산문학관’이 되자는 것이 논의의 초점이다.
저항의 항구 도시 마산은 두 번씩이나 민족현대사의 중심에 우뚝섰던 도시다.
이같은 역사를 지니고 있는 마산과 마산시민이라면 그래도 제대로 된 문학관 하나쯤은 갖추어야 할 것이다.
어느 문학관을 가더라도 현대문학이 없는 문학관은 없다는 것을 마산시 담당자들과 마산시장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또 다시 말하지만 마산에도 모두가 찾아가고 싶은 문학관다운 문학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규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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