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가 본 노무현 전 대통령

  • 입력 2009.05.26 00:00
  • 기자명 이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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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19년전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절 창녕에서 꼬마 민주당이란 이름 아래 이념적으로 모인 동지였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부산 동구 민주당 지구당 위원장이었으며, 창녕은 민주당 구자호씨가 지구당을 맡았다. 기자도 그 밑에서 이념적 부분이 통하였기에 같은 노선을 걸어 갔었다.

회고해 보면 1990년 7월 창녕 남지 조그마한 술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 구 위원장, 기자 등 3명이 모여서 텁텁한 막걸리에 깍두기 김치에 빈대떡을 나무 젖가락으로 걸쳐 가면서 술잔을 주고 받으며 정담을 주거니 받거니 한 일들이 눈에 선하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농촌출신 대통령 답게 풍기는 이미지도 막걸리에 된장국 냄새가 물씬 풍기며, 순진함이 묻어나는 시골 스타일 친구였다.

그런 동지, 친구가 지난 23일 새벽 6시 45분께 자기가 살던 고향 뒷산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하였다는 비보를 접한 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은 비통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옛날 ‘권력은 눈 온 뒤 오리 발자국과 같다’는 말이나 ‘권력은 새로운 빛이 들어오면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는 말이 머리를 스쳐간다.

“키큰 나무가 가만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가만히 두지않고, 나이 많으신 부모를 가만히 두고 싶어도 세월이 가만히 두지 않는 법”이라는 말은 노 전 대통령을 두고 일컫는 것처럼 들린다.

본래의 마음은 올곧게 정의를 위해 살고 싶은게 철학이었지만 옆에서 가만히 두지 못하고 흔들어 떨어뜨렸다는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동지여! 친구여 영전 앞에 무릎 꿇고 왕생극락을 빌 따름이다.

한국 정치는 종합 예술이며, 정치는 생물이며, 그런 저런 관계로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불행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으나 이번 기회를 교훈 삼아 한국정치의 후진성이 마지막이 되기를 기원한다.

동지여! 친구여 부디 편안히 잠드소서.

김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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