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노무현주생한나라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산 한나라를 이기네

  • 입력 2009.05.27 00:00
  • 기자명 강종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전국이 비통하다.

온 국민이 슬픔에 잠긴 틈을 타 그를 궁지로 몰아넣고 비판을 서슴지 않은 이들도 슬금슬금 봉하마을을 찾았다.

물론 국민의 눈을 피할 순 없었다.

경상도 말로 ‘물욕(?)만 쎄리 먹었다’.

MBC ‘무릎팍 도사’의 로고송 ‘무릎이 닿기도 전’에처럼 발길이 빈소에 닿기도 전에 주민들의 물병세례와 욕세례가 터진 것이다.

한 나라의 권력을 업은 그들로서는 봉하마을의 반응이 억울할 지 모르겠다.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달렸겠지만 초여름 무더운 날씨에 물세례 장면은 시원할 수 도 있었겠다고 생각해 본다.

삼국지에는 ‘사공명주생중달(死孔明走生仲達)’이란 고사가 있다.

죽은 제갈공명이 살아있는 사마의를 물리쳤다는 일화다.

살아생전 승부사라는 별명을 지녔던 노 전 대통령. 그가 마지막으로 던진 승부수. 이미 통하고 있다.

박희태, 정몽준, 박근혜, 이회창 등 기라성 같은 정치인들이 그의 빈소조차 보지 못하고 성난 민심에 밀려 쫓겨났다.

조중동도 KBS도 봉하마을에서는 추방이다.

정부는 추모를 원하는 국민들의 염원을 뒤로한 채 서울시청 광장 개방을 거부한다.

인터넷은 현 정부 수장의 탄핵서명 운동으로 번잡하다. 한나라당과 검·경찰에 대한 비난도 연일 거세다.

비단 현재가 아니라 이 대통령 취임 이후 2년여는 촛불을 든 국민과 등 돌린 정부와 반목의 세월이었다.

녹음이 푸른 5월 노 전 대통령이 다시 자그마한 촛불에 불을 붙이고 떠났다.

이 촛불이 1년 후 혹은 3년 후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지금 슬퍼하고 있는 우리들의 몫이다.

김소민기자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