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데스크]배부른 민심은 배신하지 않는다

  • 입력 2006.06.05 00:00
  • 기자명 장병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31지방선거는 끝났다. 이번 선거는 누구도 민심을 거스르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 총선에서는 대통령을 탄핵한 한나라당을 혼내 주더니만 이번에는 지난 3년 동안 실정의 책임을 물어 집권당에 가차없이 회초리를 들었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이 똑똑해졌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는 능력이나 사람 됨됨이가 중요하지 않았다. 보스에 충성해 공천장이나 쥐고 지역감정이나 슬슬 부추겨 표를 모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그런 구태는 더 이상 안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이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생활고에서 오는 국민들의 분노가 얼마나 컸는지 표심으로 나타냈다.

현 정부는 개혁과 혁신, 위원회 빼면 시체다. 이처럼 개혁과 혁신은 모든 분야에서 진행됐지만 소리만 요란했지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지 못했다. 모두 상당한 기대를 걸었으나 결과는 실망 뿐이었다. 이번 선거의 참패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 단적인 예로 부동산 정책에서 찾을 수 있는데 그로 인해 참여 정부의 지지기반이었던 서민층까지 이탈하게 만들었다. 현 정부가 목을 매다시피한 부동산 정책은 세금폭탄으로 불릴 만큼 강력한 처방임에도 집값은 급등했다. 그 결과는 공시지가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현 정부 첫해인 2003년 공시지가 총액은 1550조원 이었으나 2006년 공시지가 총액은 258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3년간 무려 1000조원이 올랐다.

이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부동산세금의 인상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은 공시지가만 올라 세금만 늘어났다고 불만이고 반대로 집 없는 사람들은 집값이 너무 올라 내 집 마련의 꿈은 물 건너갔다고 불만이다.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거기다가 나라의 살림살이가 팽팽 잘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사실 어디를 봐도 밝은 구석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경제주체들이 심각하게 머리를 맞대고 제대로 된 대책이 없다. 정부는 오직 분배 뿐이다. 참여 정부 3년간 줄곧 분배를 외치면서 국민에게 세금만 듬뿍 안겼다. 그 분배로 누가 얼마나 혜택을 받아 잘 사는지 모르지만 표면상으로는 양극화의 골이 메워지기는 커녕 갈수록 더 깊어졌다. 이제는 분배 말만 들어도 짜증이 난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토록 분배를 외쳤지만 지금도 생활고를 못 이겨 하루에 자살하는 사람이 수십 명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세금을 더 많이 거둬 나누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부유한 사람에게 전기세, 물세가 매달 10만원이 올라도 거기서 거기지만 서민들에게는 단돈 천원이 올라도 부담스럽다. 월급쟁이들이 차 떼고 포 뗀 푹 꺼진 봉급 봉투를 받아들면 성부터 난다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양극화의 해결은 백 가지 대책보다 하나의 공장을 세우는 것이 낫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중요하다. 이런 기업환경에 돈을 썩히면 썩혔지 투자를 못 하겠다는 기업인들의 말에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자본이 없는 나라는 열심히 기술을 개발하고 열심히 공장을 돌려 수출해 먹고 사는 길 밖에 없다. 현 정부가 그 토록 말하는 분배는 공장을 많이 지어 일자리를 나눠 가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향후 경기향방을 가늠해 주는 경기선행지수가 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수주액은 무려 14.6%나 감소해 이미 건설경기에 빨간불이 켜졌다. 건설경기의 침체는 바로 서민생활에 직격탄이나 다름없다. 또 얼마나 많은 서민들이 일자리가 없어 생활고로 고통을 받을 지 걱정이다.

제조업의 가동률도 다시 주춤하고 있다. 보란 듯이 설비투자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환율하락과 고유가로 수출은 눈에 띄게 둔화됐다. 근근이 살아난 소비심리도 제자리걸음이다. 현 경제상황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1분기에 실직자가 85만명으로 늘었다. 여기에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달 15억여달러로 9년 만에 최대치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버블 붕괴론이 기름을 부은 꼴이 되지나 않을 지 염려스럽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올해 5%대 성장이 가능하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정부는 참패의 악몽을 빨리 털고 뚜렷한 정책목표를 세워 경제운용 방향을 다시 짜야 한다. 기업의 투자의욕을 불어 넣는 것도 급선무다. 세금폭탄과 버블 같은 발언도 자주하면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경제에 좋을 것이 없다. 국민들이 등 따습고 배 부른 데 집권당에 표 안줄 이유는 없다. 배 부른 민심은 배신하지 않는다. /장병길 편집부국장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