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마당]히딩크와 그들이 보고 싶다

  • 입력 2006.06.07 00:00
  • 기자명 강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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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그 해 6월은 우리 역사에 있어서 특이하게 기록될 날이다. 1945년 해방을 맞이하여 시가지에 뛰쳐나온 민중의 빛바랜 사진을 교과서에서 본 이래로 기쁨과 감격으로 전국의 시가지에서 흥분의 감동으로 뒤덮인 군중을 본 일은 그해 6월이 처음이었다.

4년 전에는 히딩크가 한국에 온지 1년 5개월 만에 신화는 가능한 것인지를 의심해 보았다. 1승만 한다고 해도 만족한다는 축구협회의 희망을 그대로 그레이드업 시킨 지도자 히딩크는 온 국민에게 가능성의 존재로 지금도 남겨져 있다.

다시 한번 훌륭한 지도자 히딩크가 보고 싶다. 그는 우리에게 이런 것들을 남겼다.

첫째, 확실한 신뢰였다. 상품으로 친다면 신뢰란 가장 귀중하고 값진 재산이라고 아니할 수가 없다. 세계적인 글로벌 브랜드의 특성은 다름 아닌 정확하게 품질의 값을 할 수 있는 신뢰의 결과다. 품질 이하의 가치를 가지지 않는다면 상품은 언제고 팔리게 될 것이다. 신뢰는 영원한 테마다.

둘째, 선수들에게 가치를 심어 주었다. 다시 말하면 비전을 제시하고 훈련이라는 일상의 고난을 극복하도록 하는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도록 하였다. 지도자란 철저히 자기의 능력을 무장하여야 한다. 끊임없이 배우고 자기를 무장한 후에 경쟁의 바다에서 살아남는 경험을 체득한다는 교훈을 배운다. 진정한 가치를 공유할 줄 아는 지도자야말로 진정 위대한 지도자다. 조직 구성원들과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결국 유권자든 고객이든 만족시킬 수가 없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공여가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것이 히딩크가 남긴 과제다.

셋째, 그는 한계 그 이상을 극복할 줄 알았다. 히딩크가 한국선수들에게 전략이나 기술보다도 체력을 강조하고 짧은 기간 안에 완성도를 높였듯이, 우리의 일상에 비추어 본다면 가장 필수적인 핵심역량의 탁월성을 확보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우리의 살길이다. 무엇이 우리의 탁월성이며 어떻게 이 핵심역량을 탁월하게 만들 수 있겠는가. 이것이 히딩크가 남긴 과제다.

넷째, 그는 스마트했다. 히딩크는 자신이 가지는 자원과 능력 그리고 에너지를 철저하게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의 준비는 항상 그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이 점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해 더욱 더 기대하는 점에서 바로 그의 자세를 엿볼 수 있지만 16강 뿐만 아니라 8강에까지 이르는 그의 준비와 자세는 스마트한 사람만이 가지는 준비성이라고 할 수가 있다. 현대인이 가져야 하는 가장 활력적인 정신이 창의성이다. 차별화는 바로 생명력이다. ‘이번 그 다음’을 준비하는 스마트함이 없다면 경쟁의 계곡에서 살아남기란 어려울 것이다.

2002년 6월은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거대한 이벤트였으며 한국 근대사에서 우뚝 솟은 금자탑이었다. 그것은 신화였으며 ‘꿈★은 이루어진다’는 역사적 명언을 새로이 창출하고 모든 국민에게 확신감을 심어 준 감격의 드라마였다. 국민들이 ‘모두 함께, 모두 같이’를 만들어 내고 빈부도, 계층의 벽도, 있는 자도 없는 자도 상관없이 하나로 응집하고 승화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어떻게 생각해도 장하고 위대한 우리 민족의 쾌거이며 한국인이 가지는 저력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우리도 몰랐던 이러한 내면 속의 시민저력을 보면서 다시 한번 우리를 놀라게 한 월드컵의 기념비적 역사를 어떻게 계승하고 승화시켜야 하는가라는 과제를 남겼다.

이제 2006년 그 신화가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것은 축구 그 이상의 의미로 진정으로 우리가 하나 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에서 대한민국의 저력을 확인해보고자 하는 서로의 뜨거운 부대낌이다. 여기에는 승리도 패배도 있을 수 없다. 단지 신바람이 있고 이것을 승화하게 하자. 승리자는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한다. 6월의 과제는 더욱 더 거대한 국민적 에너지를 분출하는 신바람의 계절이다. 그 속에서 아직도 히딩크가 함께 하고 있다.

이장환/마산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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