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모두에게 상처주는 촌지 없어져야

  • 입력 2006.06.14 00:00
  • 기자명 권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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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가 되면서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하루는 한 학생이 교무실에 찾아 왔습니다. 어머니가 담임선생에게 전해 드리라고 보낸 편지였습니다.

저는 학생을 교실로 보내고 나서 편지봉투를 열어 보았습니다. 편지에는 우리 아이를 잘 부탁한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저는 이튿날 그 학생을 불러 봉투에 돈을 담아 되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그 학생은 다시 찾아왔습니다. 엇비슷한 내용의 편지였지만 놀란 것은 봉투에 들어 있는 5만원이었습니다. 아마도 학부모께서는 2만원이라는 액수가 적어 5만원을 보내셨는가 봅니다.

저는 편지를 썼습니다. 00이는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며 모범적이라는 내용과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탁이었습니다. 저는 학생을 불러 내가 쓴 편지와 함께 5만원을 되돌려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오전, 00이의 모친께서 학교를 방문했습니다. 학부모님은 나를 보자마자 손을 잡으면서 제가 집이 너무 어려워 이렇게 밖에 드릴 수 없다며 울먹였습니다.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저는 선생들은 월급을 받고 있고 아이들 잘 가르치는 것이 선생의 의무이고 당연한 것이니 이런 것은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막무가내인 00이의 모친께 설득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결국 승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이튿날 저는 그 학생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학생을 통해 초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내용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학생에게 5만원을 주면서 네 이름으로 된 저금통장을 만들어 내게 갖고 오라고 하였습니다. 며칠 후 학생이 5만원이 입금된 저금통장을 가져왔습니다. 저는 앞으로 용돈이 생기거든 여기에 저축을 하여 고등학교 진학할 때 보태라고 하고는 돌려 보냈습니다.”

어느 교사가 적은 일기의 일부분입니다. 사회 구석구석에 부패가 만연해 있으며 그 연장선에 교사의 촌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교사의 도덕 불감증이 더해지면 촌지라는 꽃은 활짝 핍니다. ‘남들 다 먹는데 교사만 먹지 말아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그러나 교사이기 때문에 촌지를 거부해야만 한다고 하면 어떨까요. 교사는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 존경으로 남아있는 몇 남지 않은 집단이기 때문에 말입니다.

한편 교사에게만 촌지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있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촌지를 전하지 않으면 자기 자식에게 불리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학부모도 책임을 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촌지는 결국 선생을 부패한 교사로 내몰고, 학생과 교사 사이의 도덕성에도 균열을 일으키게 합니다. 그 균열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상처가 됩니다. 촌지를 바라는 선생은 아이들이 먼저 알기 때문입니다. 또한 촌지를 줄 수 없는 다른 학부모, 다른 아이에게도 상처로 남습니다.

학부모의 이기주의와 교사의 도덕불감증이 결합한 촌지는 이제 끝내야만 합니다.

정재훈/부산교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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