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종된 월드컵 시민의식

  • 입력 2006.06.21 00:00
  • 기자명 하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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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은 월드컵축제에 빠져 있다. 한밤중도 좋고 꼭두새벽의 경기도 상관할 바 아니다. 온 종일 두 사람만 모이면 월드컵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모처럼 온국민이 한마음으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태극전사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내고 환호를 하면서 잠시나마 어려운 살림살이를 잊고 있다. 대한민국의 지금은 월드컵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늘 뒷심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후반들어 토고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거함 프랑스와도 끈질긴 투혼으로 후반전에서 골을 넣어 비기는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우리 선수들에 대한 열광으로 변했다. 웬만한 실수는 덮어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아파트 위층에서 조그만 소리만 나도 짜증을 냈지만 축구경기가 있을 때만은 뛰고 구르고 함성을 질러도 그냥 넘어갈 정도로 지금은 축구열풍에 온 국민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실력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상승했지만 그 열기 속에 묻혀 버린 후진국수준의 시민의식이 옥의 티로 남아 있다. 토고와 경기 때 서울의 응원 뒤끝이 엉망이라는 보도가 나간 이후 프랑스전 때는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경남지방의 야외 응원장에는 여전히 쓰레기 천지를 이루었다. 종이와 먹다남은 음식과 식품용기가 나뒹굴고 심지어 태극기마저 쓰레기통 속에 처박히는 기막힌 현실이 우리를 충격케 한다. 온 지구촌이 우리의 응원문화를 격찬하고 있다. 이들이 응원 뒤끝에 널브러진 시민의식을 본다면 어떤 반응을 나타낼까. 대답은 뻔하다. 이제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할 때다. 자신이 남긴 쓰레기는 스스로 치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가 조성될 때 그야말로 선진시민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다. 24일 대 스위스전의 열기는 더 뜨거울 수밖에 없다. 우리의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경기인 만큼 국민의 관심도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이날 새벽 경남의 야외 응원장에서는 청소원들이 할 일이 없도록 뒷처리를 말끔하게 하는 선진시민의 모습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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