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우리의 슬픈 6월은

  • 입력 2006.06.22 00:00
  • 기자명 옥명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낡은 헌화대위 / 어느 소녀가 놓고 간 하얀 국화꽃처럼 / 우리의 슬픈 6월은 / 이내 우리 가슴속에서 지워지는 것을”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어느 시인은 이렇게 탄식했다. 국화꽃이 금방 시드는 것처럼 6월 호국·보훈의 달도 이내 우리의 의식 속에서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시인의 마음과는 아랑곳없이 6월이 한창인데도 월드컵의 열기에 가려 어느 곳에도 보훈은 보이지 않는다.

6월은 나라의 소중함을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한편 지난 날 나라를 수호하기 위하여 신명을 다 바치신 국가유공자의 공훈을 잊지 않고 그분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전범(典範)으로 삼아 사라져 가는 민족의식을 일깨우는 그런 달이다.

며칠 전 마산 야외음악관에서 국가유공자들의 공훈을 기리고 이분들을 위로하는 마산시 보훈 3단체 위안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이 행사에 참석한 700여명 유공자 대다수가 백발이 성성한 노병들이었지만 진군가가 힘차게 울려퍼지자 은빛 무공훈장이 찬란한 어느 노병 한 분의 굵은 눈물이 훈장 위로 떨어지는 광경을 볼 수 있었는데 아마도 전사한 전우를 회상하는 듯했다. 그 처연한 모습에 가슴이 저려왔다. 그 노병이 전우를 잊지 못하는 것처럼 보훈이란 국가가 공을 세운 국민을 잊지 않고 무한책임을 지는 것임과 동시에 국민들이 국가에 보내는 무한한 애정과 신뢰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길가 풀섶 속에 외롭게 서있는 충혼탑에 하얀 꽃 한 송이를 바치는 정성, 현충일 묵념 사이렌이 울려퍼지면 가던 걸음을 멈추고 서서 나라를 위하여 목숨 바친 영령들을 추념하는 마음, 그런 마음들이 보훈의식의 발로인 것이다.

사랑하는 남편을 국가에 바치고 응어리진 가슴을 움켜진 채 50년 긴 세월을 소리 없는 통곡으로 살아온 미망인들의 아픔과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전쟁에서 잃은 채 어렵게 살아온 자녀들의 말할 수 없는 외로움, 전상으로 아직까지도 보훈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국가유공자들의 고통을 같은 시대를 사는 우리는 알아야 하고 그 고통을 함께 나누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그 분들의 공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폄하해 버린다면 그분들과 그분들의 후예는 우리 조국이 어려울 때 우리를 외면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픔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근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발사에 따른 긴장고조 등 우리 사회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긴박한 안보상황을 먼 나라의 일인 양 외면한 채 무심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을 보는 마음은 답답하다. 6월은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가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되돌아보는 그런 시간이다. 국가유공자의 나라사랑 열기가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처럼 우리의 의식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하고 국가유공자의 공훈이 최상의 가치로 인식될 때 더 이상 “우리의 슬픈 6월은” 없을 것이다.

윤일구/마산 중앙동 우방아파트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