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나라당은 여론조사기관의 영업사원인가?

  • 입력 2006.04.17 00:00
  • 기자명 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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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공천 심사가 지난 14일 마감됐다. 이번 공천심사는 과거 하향식에서 당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에 의한 경선투표 방식이어서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여성 유권자를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선거인단에 여성 50%를 반드시 포함시킨다는 것은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선 “이제 한나라당이 정신을 차렸나보다”는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세 살버릇 남 못준다’는 속담은 거짓이 아니었다. “경선 후유증을 고려해 전략 및 여론조사 경선으로 전환할 수 밖에 없다” 당원선거인단의 경선투표를 액면 그대로 믿고 사돈팔촌까지 동원해 ‘당원’으로 가입시켰던 정치신인들에겐 청천벽력이었다. 현역 단체장은 웃고, 정치 신인은 울상을 지었다.

모 국회의원은 자신이 밀고 있는 현역 후보에게 전략공천을 주려다 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합리적인 방법으로 결정하겠다”면서 여론조사경선이란 기발한 방식을 택했다. 자칫 잘못됐을 경우를 대비해 얄팍한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이외의 지역도 각 후보별 적게는 5백만원에서 많게는 1천5백여만원을 부담지워 여론조사경선을 실시해 강한 반발을 사는 등 ‘울고 싶은 놈 뺨 때린’ 결과를 초래했다.

의뢰를 받은 여론조사기관은 서울에 소재한 한국갤럽 등이다. 비용은 샘플 한개당 8천원으로 진해 2400만원, 마산 3500여만원이 소요됐다. 진해 한 후보는 법원에 낸 공천무효 가처분 신청에서 “성남에 주소를 둔 사람에게 진해시장 후보 관련 여론조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한 사람이 무려 서너번의 조사에 응했는 가 하면, 경쟁당 후보가 본선에서 상대하기 만만한 흠집 있는 한나라당 후보를 역선택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는 등 여론조사방식의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후보의 자질이나 도덕성 검증을 전화 한 통화로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당초 당원과 시민경선인단을 구성해 경선을 하겠다는 약속을 버리고 비과학적이고 신뢰가 불투명한 여론조사경선을 도입한 것은 결국 여론조사기관의 배만 불려준 꼴로 한나라당이 여론조사기관 영업사원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욱기자 kimuk@jo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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