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마당]흔들리는 시민의 발과 세금

  • 입력 2006.06.28 00:00
  • 기자명 강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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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푹 눌러쓴 기사, 기다림에 지쳐버린 승객들, 정류소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거리에서 신호대기가 끝나기 무섭게 1차선으로 총알같이 달려가는 시내버스, 택시비를 아껴 보려고 혹시나 막차를 기다려 보지만 퇴근시간이 아까운 막차는 벌써 가버리고 없다. 아마도 자가운전자들은 ‘설마 대중교통이 그럴 리가’ 할 지도 모른다. 심지어 대중교통 문제의 담당 공무원들조차 현 실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아니면, 알고 있으면서도 눈감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도 아니라면 감독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첫차와 막차시간의 준수는 차치하고라도 중간에 한두 대 결행되어도 승객이 신고하지 않으면 제대로 파악도 되지 않는다고 하니 참으로 어이없다.

지난해 6월이 기억난다. 진주 삼성교통 노조파업이 한창 진행중일 때 마창지역 노조도 전면적인 파업을 벌였다. 두 자치단체는 이 기회에 고질적인 대중교통 문제를 바로 잡겠다고 벼르고 있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서비스는 아무 것도 나아진 것이 없다. 기본적인 복장도 갖추지 않고 모자를 푹 눌러쓴 기사를 보면 아무리 기름값이 비싸도 시민들은 자가용을 두고 버스를 이용할 리 만무하다. 이용 승객이 많아야 이윤을 창출하는데 버스라는 회사를 보면 일반 기업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것 같다. 그동안 행정기관은 세금만 낭비했고 버스회사는 주는 보조금도 턱없이 모자라 대당 1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니 전형적인 관료주의의 폐해가 아닌가 한다. 이윤 창출은커녕 엄청난 부채에 허덕이는 기업들이 스스로 폐업하지 않는 이유도 아리송하기만 할 뿐이다.

그런 시내버스가 마창지역은 준공영제 문제로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진주지역은 적자가 늘어나서 아예 운행대수를 10%나 줄이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마치 준공영제가 시행되면 버스 노사는 물론 두 자치단체도 모든 대중교통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노조측은 임금이 몇 달째 밀렸다고 분통을 터트리면서 2년 전 합의한 준공영제를 예정대로 시행하라고 압력을 가하면서 임금협상이 안되면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또 으름장을 놓고 있다. 사측은 준공영제를 염두에 두었는지 불과 몇 달 사이에 ‘이상한 빚’이 급증하였고, 정당한 임금을 주장하는 사원들에게는 이익이 없으니 임금인상은 없다고 못 박고 있다. 두 자치단체는 서로 의견이 엇갈리면서 선 부채해결이니, 표준운송원가니, 표준경영모델이니 하는 준공영제 시행의 방법론에만 매달려 있다. 물론 방법론도 매우 중요하다. 자칫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시행한다면 세금만 낭비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실천적인 서비스 개선 방안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음을 볼 때 노·사·행정 모두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분명히 대중교통 문제 해결의 최종목표는 시민들에 대한 획기적인 서비스 향상에 있다. 즉, 그만한 세금에 상응하는 서비스 향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 실행의 일차적 책임은 운행기사에게 있지만 충분한 자질을 갖춘 기사를 채용하거나 감독기능의 강화와 관리, 교육의 책임은 행정기관과 회사에 있다. 대중교통의 서비스는 물질보다 정신적인 것이고 공공을 위한 의무이다. 따라서 노·사(勞·社) 모두 준공영제 조기 주장만을 고집하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서비스 개선에 솔선수범하는 참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준공영제나 60억원이 넘는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되는 BIS(버스정보시스템 : Bus Information System)가 시행된다 하여도 지금처럼 막차가 미리 출발해 버리거나, 한두 대 결행되어도 행정기관은 확인 감독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볼멘소리를 한다거나, 또는 정류소 앞 가까이가 아닌 도로가에서 승객을 승하차시킨다거나, 불법 주정차가 2차선 도로를 메운다면 준공영제는 허무한 예산낭비에 불과할 것이다. 즉, 제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그것을 실행하는 운영의 기법에 있다. 또한 준공영제 추진위원은 물론이고 교통정책 실무진들의 전문성도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서유럽 선진국에는 우리와 비슷한 인구와 면적을 가진 중소도시들이 많다. 그 도시의 교통 환경이나 시스템은 어떠한지도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분명히 서구선진국의 대부분의 시민들이 완전공영제 때문에 출퇴근 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나라의 국민수준은 대중교통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포켓용 버스노선도도 하나 없다. 서울 지하철을 처음 탔는데 포켓노선도가 없다고 가정해 보라. 프랑스 파리의 그렇게 거미줄 같고 편리한 시내버스가 늘 그리워지는 현실이다.

이동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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