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길 칼럼] 잘못된 공공사업 책임 물어야

  • 입력 2010.06.01 00:00
  • 기자명 장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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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고 파헤치고’ 크고 작은 공사가 지금도 즐비하게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다리를 놓겠다’, ‘새 길을 닦겠다’, ‘공단을 만들겠다’며 하루가 멀다고 대형 공약 사업들이 쏟아지고 있다. 또 선거철은 선거철인가 보다.
이번 6·2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선거 한철 쏟아낸 공약이라는 이름아래 또 얼마나 많은 산이 잘리고 뚫리고 논밭이 사라질지 걱정스럽다.
산을 뚫어 길을 만들면 사람은 조금 편리할지 모르지만 동식물은 서식지를 잃게 된다. 이 평범한 진리를 가슴 한 구석에라도 담았다면 환경훼손이 필연적으로 따르게 되는 개발공약을 쉽게 할 수 없다.

사실 40~50년 전 먹고 살기위해 밀어붙인 무분별한 개발은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 개발은 대대로 내려오던 보릿고개를 몰아내고 지금 우리들이 누리고 있는 풍요로운 삶의 출발점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부작용도 많았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불 수 있었던 동식물들이 이제는 식물도감이나 동물도감에서 찾아야 하니 말이다.
지금 이 정도의 사회 기반시설이라면 사람이 생활하는데 그렇게 불편한 것이 없다. 더 편하게 살자고 바다 메워 공장 짓고, 산 깎아 도로 만든다는 60~70년대의 개발 공약은 이제는 하지 말아야 한다. 공단을 만들고 도로 하나 닦는 데는 엄청난 자연훼손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동식물들이 살아야 할 삶의 터전을 빼앗아 인간이 편리해진들 결국은 그로 인해 사람이 다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돈만 있으면 아파트 세우고 고속도로 하나 닦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데 문제가 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우리 땅 어딜 가나 부수고 새로 짓고, 터널을 뚫고, 나무를 베어내 놀이시설을 만들고, 강을 수리한다고 물길을 막고 말 그대로 국토는 공사판이다.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면 오히려 안 해도 될 일을 너무 많이 벌여놔 탈이다.
그렇다고 자고 나면 새롭게 변해가는 지구촌에서 신제품을 생산할 공장을 안 지을 수도 없고 사람 사는데 길을 안 닦을 수도 없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5000만 삶의 터전인 이 땅의 자연훼손을 최소화 하자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먹고, 입고, 보고, 나들이 하는데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부족하지 않다. 이만하면 큰 불편없이 살 만하다. 그러니 엄청난 환경훼손을 불러오는 개발은 신중해야 한다. 사람만이 즐겁고 편리하기 위해 산을 파헤치고 시멘트를 바르는 1970년대식의 개발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우리는 무분별한 공약으로 인한 환경파괴와 국고낭비를 누누이 보아 왔다. 민자(民資)사업으로 추진한 도로와 철도의 적자를 메워주는 국민세금도 해마다 수 천억원으로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 마당에도 선심성 공약은 끝없이 쏟아지고 있다.
2001년 이후 개통한 고속도로 13개 노선 중 9개 노선이 작년까지 당초 예상한 교통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밤이 되면 고속도로가 텅텅 비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놓고 제구실을 못하는 텅 빈 고속도로는 수요 예측이나 경제적 타탕성 조사 등을 부풀리거나 엉터리로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는 고속도로뿐만 아니다. 배보다 배꼽이 큰 공연장, 관리비만 까먹는 드라마 세트장, 잡초만 무성한 농공단지, 호화 청사와 비행기가 뜨지 않는 공항 등 관리비만 적지않게 들어 정부나 자치단체의 골치 꽤나 썩이고 있다.

이러한 애물단지는 국익이나 타당성을 세심하게 따지지 않은 선거공약사업이 대부분이다. 여기에다 내 임기때 했다는 ‘최고’ ‘최대’ 업적주의에 편승한 정책 결정자들의 책상머리 생각만으로 밀어붙인 결과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돌아보면 선거 공약사업은 타당성이 떨어지거나 절차상에 하자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뒷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공약이니 해내야 한다는 정책 결정자의 의지에 따라 수요예측이나 사전 환경영향평가 등을 소홀히 한 채 쉽게 공사에 들어가 태생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번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더 크고, 더 폼 있게를 외치며 이어질 축포가 가히 걱정된다.
밑 빠진 독처럼 돈이 얼마나 더 들어갈지 알 수 없는 사업들 그 뒷감당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매년 엄청난 관리비를 쏟아 부어야 하는 정부나 자치단체도 두고두고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문제가 더 이상 용납돼선 안 된다. 짓고, 만들고, 길 내고 나면 적자가 나든 흉물이 되든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무책임한 정책결정자들에게 결과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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