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농작물 수확은 누가 합니까

  • 입력 2006.06.29 00:00
  • 기자명 강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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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한 일이니 용서해 주십시오.”
지난 23일 창원지법 대법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된 의령군 유곡면 농민 7명이 판사에게 용서를 구하는 장면이다.

이들은 5·31 지방선거 당시 도의원으로 출마한 모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사람들이다. 농사일에 검게 그을린 농부들이 법정에 들어설 때 이들과 같은 마을 주민과 가족으로 보이는 30여명이 방청석에서 이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걱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7명 각자에게 돈을 받았냐고 검사가 묻자 전원 모두 “돈을 받았다”고 시인하며 머리를 조아려 잘못을 빌었다.

재판장이 최후진술을 하라고 하자 “잘못했다”, “깊이 반성한다”, “한번만 용서해 달라”는 말로 다시 한번 죄를 뉘우치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또 지난 26일 반성문도 써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변호인은 재판정에서 이들이 50~60대의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고 심지어 위암으로 위를 절제한 사람도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지금 수확이 한창인 농작물도 (구속으로 인해) 수확하지 못하고 있다”며 재판장의 관대한 처분을 바라기도 했다.

검사는 이들에게 징역 8월에서 1년을 구형했고, 전원 혐의 사실을 시인해 선고는 다음 기일에 내려지게 됐다.

마을 주민 등 방청객 30여명은 공판이 끝난 뒤 법정 밖 복도에서 변호사 주위에 모여 진정서 등을 써오면 이들이 빨리 풀려날 수 있는가를 묻는 모습도 보였다.

재판을 보면서 돈을 받고 살포한 사실이야 죗값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어렵게 농사짓는 농민들에게 돈다발을 쥐어 준 정치인들이 더 미운 건 무엇 때문일까.

인정의 잣대와 법의 잣대가 쓰이는 곳이 틀리겠지만 꼼꼼한 법의 잣대 위에 인정의 잣대도 조금은 올려져 있기를 바라도 본다.

윤여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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