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이산화탄소가 주는 스트레스?

  • 입력 2006.07.03 00:00
  • 기자명 장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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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개발 만능주의에 물도 썩고 땅도 썩어 가고 있다.

70년대만 해도 시냇가에 지천으로 살았던 은어와 버들치, 소라 등은 지금은 구경하기조차 힘들다. 때 되면 어김없이 돌아왔던 강남 갔던 제비도 거의 돌아오지 않는다. 일부지역은 그 흔하고 흔한 제비 구경 못한 지도 오래 되었다고 한다. 아침이면 빨랫줄이나 전깃줄에 빼곡하게 앉아 재잘거리던 한 폭의 그림은 이제는 빛바랜 사진첩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지구상에 지금까지 알려진 생물은 170만종 정도다. 그러나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과 바다 오염으로 해마다 2만~5만종이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 인간의 편리를 위한 개발이 지속되는 한 수십년 안에 전체의 20% 정도가 멸종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다급한데도 무분별한 개발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오죽하면 관광명소를 취재하는 기자에게 이곳만은 소개하지 말아달라고 지역주민들이 통사정을 했을까. 경치 좋고 물 좋다는 기사가 신문 한 구석에 한 줄이라도 나면 매일 쏟아지는 사람들과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뤄 현지주민들은 너무 괴롭다는 것이 이유다. 주민들은 이곳도 사람들의 발길이 드나들기 시작하면 여지없이 망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관광개발이란 이름아래 모텔과 음식점들이 줄지어 들어 설 것은 뻔하고 길 낸다고 수십년 된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산허리가 잘려나갈 것은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관광지? 누구 좋으라고. 제발 가만히 놔두라’ 기사 한 줄이 오히려 자연 파괴를 부른다며 반발하는 주민들만 봐도 무분별한 개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환경파괴로 인한 재앙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해일, 폭우, 태풍, 대지진 등 한번 일어났다하면 순식간에 수십만 명의 목숨을 빼앗아 갔다. 이것은 단순히 일어난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저지르고 있는 환경파괴의 죗값이다.

이산화탄소를 정화하는 수풀은 각종 개발로 끝없이 줄어드는 반면에 인간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엄청나게 늘고 있다. 이 이산화탄소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대부분 발생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심각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이대로 가면 2010년에는 우리나라도 이산화탄소 배출국 세계 10위권에 든다는 것이다.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 현상의 주범으로 남극과 북극의 빙하를 녹아내리게 만든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린란드 빙하도 녹아내려 매년 500억t의 물이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이는 일 년 동안 나일강을 흐르는 물의 양과 맞먹는다. 북극의 빙하도 녹아내려 그 면적이 6%나 줄었다.

그것은 바로 해수면의 상승으로 나타나 인간의 삶의 터전을 삼키고 있다. 이미 카리브해, 태평양, 인도양의 작은 섬들이 물에 잠길 위험에 직면해 있다. 고도 1.5m 적도 부근 섬나라 투발루는 바닷물 수위가 20여년전부터 해마다 7㎝ 정도 상승해 이 나라 국민들은 당장 환경난민이 돼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할 판이다.

지구 온난화는 지난 100년 동안 해수면을 30㎝ 가량 상승시켰다. 이 추세라면 빙하가 녹는 속도는 더 빨라져 금세기 후반에는 지금보다 해수면이 90㎝ 가량 더 높아져 많은 연안국들이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기상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머지않아 수많은 섬들이 지도에서 사라지게 될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세계 인구의 20%가 몰려 있는 해변이 바닷물에 잠겨 적어도 10억명 이상의 환경난민이 발생, 떠돌이 생활을 할 것이라고 환경대재앙을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산화탄소가 주는 스트레스는 대기는 물론이고 바닷속 생태계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산성비 등으로 흘러든 이산화탄소는 바닷물을 산성화시켜 플랑크톤이 소멸하게 된다. 플랑크톤의 소멸은 바다어류의 먹이사슬에도 큰 영향을 준다. 대구 등 특정 어류군이 많이 잡히던 곳에서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는 것은 해양생태계 파괴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한다. 산업화로 인한 바닷물의 산성화는 더욱 가속화돼 수십년 안에 어종의 상당수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결국은 인간이 바꾼 지구의 기후로 인해 인간이 고통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금부터라도 환경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우리 후손들에게 엄청난 재앙을 물려줄 것은 뻔하다.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하고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의 소비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태양열과 풍력, 조력 등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이산화탄소를 정화하는 나무를 심는 일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장병길/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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