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동거의 두 얼굴

  • 입력 2006.07.04 00:00
  • 기자명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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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혼전동거를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법적 역역이나 사회적 영역에서의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 사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전통적으로 혼전동거라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을 하지 않고 함께 사는 미혼 동거를 의미한다. 그런데 과거에는 경제적 이유나 부모의 반대로 인해 결혼을 미룬 상황에서 함께 사는 미혼(未婚)동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결혼제도의 대안으로써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비혼(非婚)동거가 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혼동거는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을 미루어 놓은 형태이기에 이들의 관계는 사실상 결혼에 가깝다.

그러나 비혼동거는 협약을 통해 가정의 룰을 정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부부관계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혼전동거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종종 혼전이라는 말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들에 의하면 자신들의 동거는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애정이 사라지면 헤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결혼이라는 제도는 번거롭다고 생각한다.

또한 남녀사이에 있어서 남성은 지배, 그리고 여성은 종속이라는 전통적인 권력관계가 사라져 가는 것처럼 성의식의 변화도 주요 이유가 된다. 그리고 살아보고 결혼한다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시각도 하나의 이유로 들 수 있다.

최근에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의 결과는 혼전동거에 찬성한다는 대답이 반대보다 많았는데, 찬성의 이유로는 더 신중한 결정을 위해서, 구속 없는 자유로운 생활, 경제적인 측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처럼 혼전동거의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혼전동거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점도 동시에 안고 있는데, 혼전동거와 관련하여 야기될 수 있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즉 사생아 문제이다. 사생아에 대한 친권을 행사하는 것도 어렵지만 아이에게도 큰 불행이다.

둘째로 혼인을 법률로 인정하고 있는 우리의 실정에서 볼 때, 부부로서의 법적 구속력이 제약되어 여성에게 불리하다는 점이다. 혼인 신고도 없이 사실혼 관계만 유지하는 것은 쉽게 헤어질 수는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서 동거여성은 보호받기 힘들다.

셋째로 부부의 권리행사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각종 세제혜택도 받지 못하고 상속권도 행사하지 못한다.

이 외에도 혼인에 대한 기대감이나 신비감이 상상될 수 있다. 과연 혼전동거를 지지하는 이들이 생각대로 서로 겪어 보고 결혼한다고 해서 실패는 전혀 없는 것일까 하는 물음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이 우세하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선 대체로 동거를 하는 사람에 대해 사회적 일탈자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동거가 사회질서유지에 기본이 되는 결혼제도를 위협한다는 시각이 여전히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전동거는 우리 사회에서도 곧 수용해야할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당면하여 겪는 혼란보다 미리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일 것이다.

(창원대학교 외래교수·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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