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후반 정책누수 차단…‘마이 웨이’ 질주

여당 반발 묵살, 내각에 측근 포진 시켜 ‘친정 체제’ 구축

  • 입력 2006.07.04 00:00
  • 기자명 유정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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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대통령은 3일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권오규 청와대 정책실장을,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각각 내정했다.

또 후임 청와대 정책실장에는 변양균 기획예산처장관, 기획예산처장관에는 장병완 기획예산처 차관, 공석중인 국세청장에는 전군표 국세청 차장을 각각 내정했다고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이 발표했다. 공식 발표 2, 3일전부터 알려진 내용 그대로다.

이 같은 인사에 대해 사전에 야당은 물론 여당 내 일각에서도 반발이 제기됐으나, 노 대통령이 ‘여지 없이’ 묵살한 결과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이전보다 더욱 철저히 ‘마이 웨이’식 노선을 질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내각에 대한 노 대통령의 ‘친정 체제’가 더욱 강고하게 구축됐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더하고 있다. 권 정책실장과 김 전 정책실장이 나란히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로 발탁됨에 따라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김우식 과학기술부총리를 포함, 내각의 부총리 자리 3개를 모두 청와대 출신이 독식하게 됐다.

또 부총리 내정자들이 모두 청와대 내에서 노 대통령을 근접 보좌했던 측근들이라는 사실에서 감지되듯, 한명숙 국무총리가 이번 인사에서 각료 제청권을 사실상 전혀 행사하지 못한 채 ‘허세 총리’로 전락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측은 △여당까지 포함한 정치권의 반발 묵살 △내각에 대한 친정 체제 구축과 함께 노 대통령의 ‘마이 웨이’가 강화될 것임을 이날 인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시사하기도 했다.

인사 발표를 맡은 박남춘 대통령 인사수석비서관은 부총리 교체로 인한 경제·교육정책 기조의 변화 여부에 대해 “경제정책기조에 변화가 없고, 교육정책도 일관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특히 김 전 실장의 교육부총리 기용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과 관련, “부동산 정책은 이제 시작단계이고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정책의 실패라고 단정할 수 없고 세금정책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진행중이므로 김 전실장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불분명하다”고 일축했다.

이 같은 청와대측의 입장은 집권여당 사상 최악의 참패로 완결된 ‘5·31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노 대통령이 여전히 ‘거부’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선거에서 여당 참패의 주요인 중 하나가 부동산 정책을 위시해 ‘정책의 실패’라는 점은 여야 구분 없이 정치권 전반의 지적이자 절대 다수 국민들의 여론이란 것은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이번 인사에 대한 야당의 반발도 전례없이 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등 야당들은 인사 발표 전 일찌감치 노 대통령에 대한 ‘경고’성 논평 등을 쏟아낸데 이어 인사가 ‘원안’대로 단행되자 지체 없이 비난의 포문을 다시 열었다.

인사 발표 직후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국회 기자실에서 긴급 논평을 발표, “민심을 외면하고 야당과 심지어 열린우리당 반대도 묵살하고 코드인사를 고집하는 것을 보면 노무현 대통령은 지방선거 참패로는 국민의 절망과 분노가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이 부대변인은 “노무현 정권의 청와대 정책실장들은 참여정부의 총체적 국정 실패 주역중에서도 가장 책임이 큰 사람들로 정책담당자로서는 부적절하다고 검증이 끝난 사람들”이라며 “청와대 정원에 있는 가시나무를 종합청사로 옮겨 심는다고 가시나무에서 사과가 열릴리 없다. 국민여론과 여야가 그만큼 반대 의견을 내놨으면 대통령은 최소한 여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늉이라도 하는 것이 국민과 여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양수 제3 정조위원장은 “불행히도 민심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인물들이 임명된 점에 대해 국민과 더불어 불안함을 감출 수 없다. 한마디로 ‘역시나’ 개각에 불과하다”며 권 경제부총리 내정을 거론,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 그동안 국민들이 가지고 있던 경제불신과 갈등의 가장자리에 있었던 인물이 어떻게 해서 경제수장으로 다시 등장하게 되었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7·3 개각은 실패했다”고 결론 지은 뒤 “국민들의 마음의 문을 열지도, 능력 있는 인재를 발탁해 적재적소에 배치하지도 못했다”고 규정했다.

이 대변인은 “국민들은 노무현 정권 들어 계속되어온 ‘코드인사’, ‘돌려막기식인사’로 인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5·31 선거에서 심판이 끝난 정책입안자들을 다시 요직에 기용한다는 것은 앞으로 국민과 본격적으로 담을 쌓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장관의 임명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하지만 너무나 민심과 동떨어져 참으로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민노당 이영순 공보부대표도 논평에서 “이번 개각은 한마디로 선거 패배에 책임을 느끼고 근신해야 할 당사자들에게 장관자리를 내어주는 패자부활용 개각”이라며 “실패한 측근들에게 장관자리를 나눠 줄 만큼 이 정부가 한가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힐난했다.

이 부대표는 또 “이해찬 국무총리의 퇴임이후 국무총리 역할이 눈에 띄게 축소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분권형 총리니, 분권적 운영시스템이니 요란하게 선전할 때는 언제이고 이번 개각과정에서 총리는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이 총리를 제치고 모든 인사 문제를 자기 중심적으로 풀어가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한다”고 한 총리의 ‘허세(虛勢)화’에 문제를 제기했다.

국민중심당 이규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교육부총리 내정을 적시, “김 교육부총리 내정자는 청와대 정책실장 시절 실패로 끝난 각종 부동산 세제 정책을 주도해 국민들을 고통속에 빠뜨려 여당에서조차 기피인물로 낙인찍은 인물”이라며 “또한 교육과는 거리가 먼 문외한을 교육부총리에 앉히려는 것은 노 대통령이 코드인사로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막가파식 인사인데 도대체 노 대통령은 남은 임기마저 민심을 거스르겠다는 것인가”고 반문했다.

이 대변인은 “현 정권들어 바뀐 교육부총리만도 이번이 일곱 번째다. 교육부총리가 바뀔 때마다 교육제도며 입시제도가 바뀌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졌다”면서 “이제라도 노 대통령은 김 부총리의 내정을 즉각 철회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 교육에 평생을 바칠 수 있는 전문가를 등용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남은 임기동안 노 정권이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최선의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야당들은 두 부총리 내정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고강도 공세를 가할 것임을 예고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오늘 발표된 부총리 내정자들은 결코 국회 인사 청문회를 순탄하게 넘어 갈 수 없을 것”이라며 “장담하건데 노무현 정권의 큰 애물단지가 될 것이고 노무현 정권의 큰 고비를 맞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번 개각을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민노당 이영순 공보부대표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민생과 개혁의 일관성을 상실한 현 정부의 인사정책 및 입각인사의 과거 태도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인사는 야당들이 격하게 반응하는데다, 일단 외형적으로는 동의하는 형태의 당론을 모은 여당도 내부적인 불만이 거세 노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간 ‘전선(戰線)’을 더욱 강화하면서 정국 불안을 가중시키는 촉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김인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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